햇살가득한 2015. 11. 15. 23:52

 

호박이 풍년이 들어 다 먹을 수 없으니 생애 처음으로 장사를 좀 해봐야겠다. 

 

3월 25일

경운기를 동해에서 가져와서 밭을 갈고 1년 묵힌 계분을 250평 밭에 꼴랑 4포대 폈다. 거름을 주나 마나 표시도 안 난다면서 올해 농사는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4월 5일

비닐하우스에 모판과 상토를 사다가 여러 씨앗을 심었다.

호박씨는 청호박으로 귀농 까페에서 몇 알 구한 것이었다.

(20일 비닐하우스에 모판에서 자라는 모습)

 

 

5월 2일

향호리 본밭으로 옮겨 심었다. 호박은 8포기가 보이는데 여름에 진딧물이 생겨서 몇 포기 뽑아내서 4포기 정도가 자란듯 싶다. 

 

 

다리 수술로 김을 맬 수가 없어서 영월에서 아는 분이 예초기로 풀을 베어 주었고

 

 

7월 26일

화로처럼 달궈진 불볕을 받으며 언니가 두번 째 김을 매고 있다.

호미로 맬 수가 없어서 낫으로 풀을 베었다. 어찌나 뜨겁던지 한 두 시간 하고 일단 후퇴. 삼교리 가서 먹은 동치미 막국수가 정말 시원하던 여름날이었다.

 

 

다음날 또 갔다. 풀만보면 맘이 불편한 엄마 성화에 못 이겨

큰 언니가 또 낫자루를 쥐었고 난 목발을 짚고 그늘을 찾아 옮겨 다녔다.

풀 숲 사이로 드러난 호박.

 

 

낫질에 스러진 풀들로 밭고랑이 훤해져서 마음까지도 시원해지는 밭 풍경.

몸을 드러내고 뒹굴고 있는 호박들.

 

 

 

올해는 또 어찌나 가물던지아는 분이 두 번이나 도랑에서 물을 퍼다가 물도 주고

다리가 나아서 풀도 더 뽑아 주었더니 가을이 되어 이렇게 열매를 내 주었다.

4포기에서 30통이나.

풋호박은 들기름 넣고 볶아 먹고, 된장찌개 끓이고 늙은 호박은 베란다로 쌓아 뒀더니 가득차서 창문을 타 넘어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노란 호박과 단호박이 섞인 품종으로 속이 주황색이다. 호박죽을 끓일 때 보통 단호박과 노란 호박을 섞어서 끓이는데 이것 하나만으로도 맛이 난다.

호박은 카로틴도 많다고 하니 눈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이뇨작용에도 좋고

무엇보다도 농약과 비료를 안 주고 키웠으니 안심한 먹거리여서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원에서 즙 내린 값이라도 건질겸 팔아야겠다.

 

(호박죽 끓일려고 껍데기 벗긴 것)

 

 

 

 

 

 

30여통을 어쩌지 못해서 건강원에 실어다 줬더니 호박즙으로 만들어 줬다. 

호박만 내리면 맛이 좋지 않아서 생강, 대추를 좋은 것으로 사다 함께 넣어 내렸다. 내가 몸이 좀 차서 따뜻하게 보호되는 생강과 대추를 듬뿍 넣었더니 달지 않으면서 맛이 좋다.  

120ml  50포 1박스의 가격을 어떻게 정할까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9박스를 팔았는데 정작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남좋은 일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솥값과 대추, 생강 값만 해도 값이 많이 나가서 정작 내가 고생하면서 키운 호박을 완전 헐값에 판 꼴이 되었다.  거기다가 완판을 하면 학교 장학금으로 내 놓겠다고 했는데 겨우 솥값과 생강 대추 값만을 건진 셈이었다. 나의 이 오지랖이란... 

 

완판을 한 것도 아니고, 잘 익은 호박 남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아서 팔지는 않고 나머지 두 솥은 생강과 대추, 칡을 듬뿍 넣고 내려서 형제들끼리 나눠 먹어야겠다.

 

참고:  한 솥에 5~6개 정도의 청호박이 들어가고(노란 호박보다 살이 많아서 갯수가 적게 들어 간댄다.) 대추 2되, 생강 800g이 들어갔다. 1박스 120ml x 50봉지이며 한 솥에서는 3박스 반정도가 나온다.  

 

호박즙 판매.hwp
1.71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