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지막 선비 최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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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니 무소유니. 진작에 내가 실천하고 있던 생활이었다.
어떤 집에 가면 책꽂이에 책이 가득찬데 과연 저 책들을 다 읽었을까?
다시 꺼내볼 책들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재작년에 이사하느라고 두 자루의 책을 담아 놓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펼쳐보지도 않는다는 건 그 책이 필요 없기 때문이리라.
책을 좋은 가구 전시하듯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주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다 읽은 뒤 그래도 괜찮다면 산다. 또 도서관에 없어서 사게 된 책이 다시 읽을 가치가 없다면 도서관에 기증을 한다.
내가 필요 없는 것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작년에 흑산도에 간 적이 있었는데 최익현 선생 기념비(?)가 있었다.
구한말 "내 목을 자를지언정 머리는 자를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이 번쩍 떠 오르는데
거기 사는 사람도 그 얘길 한 나를 오히려 추켜 세우는 걸 보니 최익현 선생은 사람들 마음에 별로 인식이 되지 않은 듯했다.
하기사 나도 흑산도가 정약전의 유배지로만 알고 있었지 최익현 선생의 유배지라고는 작년에 처음 알게되었다.
단발령을 강하게 반대했던 꼬장꼬장한 최익현 선생에 대해 관심이 갔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에 대마도를 가려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그가 대마도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책을 주문했다.
최익현에 대한 책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 산 책도 올해 초판이 나왔으니 처음이라고 볼 수가 있다.
작가는 8년동안 자료를 모아서 이 한 권으로 책을 내었다.
책을 놓은지가 오래 돼서 책이 잘 넘어가지도 않고 머리에 남지도 않는데 이번 책은 피곤한 퇴근후인데도 술술 잘 넘어간다.
내가 생각했던 정말 조선의 선비상이다. 작가도 밝혔듯이 고집불통 선비다. 자기가 옳다고 하는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
그 추진력은 유배를 두 번 가게 만들고 의병활동을 일으켜 결국엔 일본에서 식음을 전폐하여 죽게 된다.
돈에 자기의 명예를 파는 사람들, 성에 자기의 명예를 파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의 지위를 이용하여 지나치게 씀씀이가 헤픈 사람들.
요즘의 이런 사람들에게 올곧은 최익현 선비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 나라가 정의로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지은 작가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원하던 책을 정말 잘 읽었다고.
역사 얘기 한토막 끄집어 내면 눈을 말똥거리는 아이들에게 또 침을 튀겨 가며 이야기 해 줄 거리가 생긴 것이 즐겁다. 그리고 난독증이 되어 가는 내 머리에 기름 한방울 떨어뜨려 뻑뻑하게 돌아가던 재봉틀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같은 이 기분도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