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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생각

햇살가득한 2016. 11. 26. 00:32

확실히 갱년기이다.

이제껏 바지런히 살아 왔기에 군살 붙을 틈이 없었는데 훌라우프 하나 찬 듯 하더니 이젠 두껍게 튜브로 변신하고 있다. 살이 뭉턱뭉턱 잡힌다.

어디 살 뿐이랴.

말은 정돈되지 못하고 순서 없이 밖으로 튀어 나오고 어떤 놈들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아서 입속으로 모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입안에서 뱅뱅 돌지조차 않는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가는 느낌이다. 

책을 읽어도 까만 글자를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어서 꼭 필요한 책 아니면 안 사던 책들을 이젠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밑줄이라도 그으며 읽어야 머릿속에 남아 있을 듯 하다. 

김동인의 '무지개'를 고등학교 때 배웠던가. 교과서에 실린 것 치고 참 길다고 생각해서 국어시간에 그걸 다 읽으려면 시간이 참 많이 걸려서 딴 생각을 하면 내용을 놓치기도 했는데 결론은 "꿈을 잃으면 늙는다." 즉 꿈이 있어야 희망적이고 생기발랄하다 뭐 그런 뜻일텐데, 내가 마지막 장면의 그 늙은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뤘기 때문일까? 아니 그건 아니다.

이뤘기 때문이 아니고 이젠 접기 때문일 거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들이 이 나이가 드니까 든다.

이젠 슬슬 친구들의 휴대폰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사진을 보면 부러움이 든다.

누구든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겠지. 

블로그에 자주 들어와야겠다. 그리고 소소한 일기부터 써야겠다. 점점 무뎌지는 글쓰는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