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통장 도미노
햇살가득한
2017. 8. 10. 22:33
내게 돈이란 무엇일까?
그건 "기회"였다.
다른 사람보다 자아실현의 욕심이 많은 것이었을까?
고등학교를 상고를 가면서부터 직진 코스가 아닌 s자 곡선으로 인생을 살아 온 것 같다.
고3때 체력장 원서를 쓰면서 대학의 입학 서류를 시작한다. 여름에 체력장을 하고 겨울에 대학 시험을 치루고.
그 때 내게 500원짜리 동전이 있었다. 앞, 뒷면을 던져서 대학을 갈까 말까 결정하려다가 던지지도 않았다.
대학을 가고 싶었고, 동시 통역사가 되고 싶었고, 그리고 외교관이 되고 싶었고...
그 하고 싶은 것이 생길때마다 나는 늘 빈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집 형편은 늘 팍팍했다. 학교에 다니며 당장 내일 차비를 걱정해야 하는.
며칠전 오빠는 그랬다. 일을 나가야 하는데 차 기름값이 없었다고.
돈을 모아서 공부를 하고 다 쓰면 또 모으고, 또 쓰고...
그래서인지 한푼 한푼 저축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이에 따라 하고 싶은 것이 달라지지만
내 나이에 하고 싶은 걸 잡은 지금은 이제 더 이상 통장을 늘려가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늦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5년만이라도 좀더 욕심을 내자면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하고 생각하지만 60대, 70대에 비하면 지금도 얼마나 이르냐.
경유에 통장이 젖어 베란다에서 말리며 휘발성 기름이 날아가기를 바란다.
기회를 잡고자 노력했던, 몇 십년동안 알뜰하게 살아온 나의 기록이자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