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기/텃밭
농사 민폐(들깨 수확)
햇살가득한
2017. 10. 16. 22:07
날씨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고.
산속이라 추위가 더 빨리 오니 해도 일찍 서산뒤로 넘어가 버린다.
처음 해 보는 집수리에 진도는 안 나가고 추워지기전에는 입주를 해야 할텐데.
집수리 해야 한다며 가을 농사는 하지 말자는 걸
밭을 놀릴 수가 없어서 우겨서 한 들깨 농사.
베어 널어 놨는데 더 말렸다간 깨알이 다 쏟아 질 것 같아 혼자 털었더니 영 청승맞다.
집수리하는 남편 주변에서 얼쩡거렸더니 다음날 시댁식구들을 불렀다.
다라이, 체, 키들고 4식구 총 출동.
도리깨로 두들기고, 검불 긁어 내고 체에 치고 키로 까부르고...
그 사이 남편은 집에 와서 선풍기 들고 다시 10키로 넘는 길 골짜기로 올라와 선풍기 돌려 쭉정이 날리고...
그야말로 6명이 북새통을 떨며 들깨 수확을 마쳤다. 우리가 농사를 짓는 건 확실히 민폐다.
벌레에 질색인 나는 엉거주춤 깨 끝을 들고 나르다보니 질질 흘리고, 많이 들지도 못하고...
뭔가 얼굴에서 굼실거려 손으로 쓱 밀면 벌레가 나가 떨어지는 것도 싫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들깨를 도리깨로 두들긴 뒤 한 번 뒤집었더니
"농사 배워 뭣할라구?"
하신다.
힘들게 농사는 왜 하려느냐시는데 옥수수 농사도 힘들고, 들깨 농사도 힘들고 내년엔 더 쉬운 보리 농사를 지을까 한댔더니 농사중 들깨 농사가 그나마 쉽단다.
에고 내년엔 뭘 심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