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기/동물
개 아치
햇살가득한
2018. 2. 18. 22:03
안락사를 시키려고 하는 개를 오빠가 성당에서 데려 왔다. 집안에서 키우는 걸 싫어했는데 집안에 들어와 털을 날린다고 구박을 받던 아치.
이사를 하고 개도 같이 이사를 하고 다시 동생네로 이사를 갔다가 다시 오빠네로 이사를 하고 잃어버려서 수십킬로미터 거리에 가서 찾아오고... 아파서 병원비도 많이 들었다 하고. 오빠네 옥상에서 아치가 낳은 부끄(겁쟁이)랑 같이 살다가 또 강릉으로 이사를 했다.
내 기억으로도 14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나보다. 이제 아치는 턱도 없고 이도 없어서 음식을 바닥에 있는 걸 먹지 못하고 지지대가 있어야 혀로 핥아 삼킨다. 불러도 자기를 부르는지 얼마 있다가 반응을 하고, 윤기없는 털은 삐죽삐죽 뻗친다. 여름엔 눈꼽이 껴서 씻어준 적도 있다. 다리는 관절염이 왔는지 절룩이며 걷는다. 꼭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던 울 엄마 같아서 마음이 더 짠하다.
어제 아치가 집을 나갔댄다. 남편이 밥을 주려고 불렀는데도 뒤돌아 보더니 길을 따라 나갔댄다. 어제는 내가 돼지고기를 넣은 개밥을 끓여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아치의 딸 부끄가 맥이 없다. 늘 늙은 자기 엄마랑 개밥그릇 하나에서 으르렁거리지 않고 먹더니.
남편은 개들은 죽을 때가 되면 집을 나가 죽는다고 했다. 진짜 아치는 이승에서의 생을 다 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