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사양합니다
직장 동료는 귀촌한 우리집이 몹시 궁금한가보다.
대화가 요즘 나오는 나물들, 나무 심은 일, 수선화가 피었다는 둥,
불 때는 보일러에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한다는 말에 우리 집에 와보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제 알게 된 지 한 달이 좀 넘는동안 지켜봤던 그에게 우리 집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성격이 지나치게 까탈스럽다거나 대인 기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자연인처럼 살기를 지향하는 사람 또한 아닌데도 말이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는 도심에 큰 아파트가 한 채 있다고 했다. 또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땅도 있고, 소도시의 아파트 한 채에 해당하는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돌이라도 날라올까 주차장 한쪽 구석에 차를 세우곤 한다.
어제였다.
그가 우리 집에 오겠다길래 따돌리고 집으로 가지 않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론은 물어물어 나도 없고 남편만-남편과는 일면식도 없는-있는 집에 왔다가 내가 집으로 가는 막다른 길에서 마주쳤다. 그것도 그가 아는 말많다는 아무개를 옆에 앉히고서.
오늘이었다.
퇴근을 하는데 먼저 나간 몇몇 사람끼리 이야기 하는 걸 들었다.
그 산골에 그 가격을 주고 샀다고. 길은 피할 곳도 없더라고.
또다른 직원에게 우리집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은 들어가는 데 이정표를 만들어 놓으라고 내게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 들어 오는 게 싫어서 일부러 안 한 거예요."
사람들은 참 말귀를 못알아 듣는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편한쪽에서만 생각한다.
이정표라도 세워두면 불쑥불쑥 좁은 길을 따라 들어 올텐데.
왜 사소한 호기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우리 집 공개를 해야하지?
그리고 내가 시골에 살고 싶은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평당 얼마에 샀느냐고 땅을 돈으로만 계산 하는 사람들에게 내 사생활을 보여 줘야 하지?
춥다고 집안까지 끌어들인 남편을 원망하면서-남편과 통화를 못해서 그의 방문을 막지 못했다.-
어제도 그는 어디에 시골집이 났다고 보러 갔다가 우리 집에 들른 거였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어디에 내가 아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 얼마에 샀다더라.
길이 외져서 나는 못살겠더라. 하면서 평소 그가 사람들 아는체를 자랑하듯 늘어 놓는 것을 들은터라
남들에게 또 내 얘기를 떠벌릴 거라 생각했다.
촌 생활이라는 게 이야기에 이야기가 보태지고 부풀려져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여럿 보았기 때문에
난 그냥 조용히 내가 아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내 사생활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도시를 뒤로 하고 시골을 택한 건 땅을 뻥튀기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나도 함께 돌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