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를 팔며
일단 작년 얘기부터 하자.
농부의 아들로 어깨 너머로 농사 짓는 것을 배운 남편은
작년에 귀농을 하여 작물 중 가장 쉽다(?)는 옥수수를 4천포기 심었다.
포트에 씨앗을 한 알 씩 넣고, 비닐을 덮었다 열어줬다 하며 아기 다루듯 보살피더니
본밭에 옮겨 심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선 호미로 풀을 긁으며 키우고는 씨앗 넣은 지 4개월만에 120만원을 손에 넣더라. 물론 순이익은 아니다.
작년에 옥수수와 꽃을 바꾼 적이 있었다. 꽃무릇은 A4용지 크기의 작은 한 상자로 왔는데 -그것도 다 채운 것이 아닌-옥수수는 엄청나게 큰 상자에 겨우 들 정도로 가득채워 보내며 허탈해 했다.
올해는 작년에도 못 건진 인건비를 건지겠노라며 3천원을 더 올려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뿌렸다. 물론 작년처럼 영농일지를 사진을 곁들여 써서 말이다. 가격은 강원 00찰옥수수를 기준으로 했다.
지인 몇몇은 옥수수를 주문했다. 지인들에게 부쳤는데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30개에 17천원을 한댄다. 우린 3만원인데. 그리고 택배를 부치러 갔더니 택배비는 작년보다 천원이 더 올라서 건당 6천원이었다.
고민고민을 하다가 50개부터는 만원을 환불해 주기로 했다.
사실 30개, 50개라고는 하지만 몇 개씩은 더 넣어 주었다.
4천포기씩를 심은 뒤 열흘 뒤 다시 4천포기를 또 심었는데
나중에 심은 것을 오늘 처음 땄다.
처음 딴 것보다 더 크다. 아마도 처음에 심은 건 5월에 저온 현상이 와서 덜 자라서 그런가 보다. 열흘 간격으로 심었지만 결국은 이틀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걸 어찌 팔까?
가격을 낮추고 또 낮춰서 파는데도 사지 않는다.
하기사 이 불볕 더위에 그냥 집에 있어도 더운데 옥수수를 찌느라 집안 온도를 더 올릴 사람은 정말로 옥수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겠지.
오늘 찐 옥수수는 정말 맛있었다. 최선생은 이제까지 맛본 것중 가장 맛있다고 했다. 추켜세우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안다.
노숙자 쉼터에 보내고, 월요일은 고아원으로 보내고, 그리고 아는 사람들이랑 나눠 먹는다. 올해는 인건비는 고사하고 박스값만 겨우 건지고 거름값은 그냥 날려야 한다. 농사를 짓는 일은 정말 바보나 하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