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볶고

밥상에서 사라질 나물 반찬

햇살가득한 2019. 2. 10. 22:04

남편은 작년 버섯 작목반을 하며 드러나는 속내를 보며  

그 중 몇몇과 호형호제 하며 어울린다. 

어느 날은 저 집에서 닭 삶았다고 부르고

어느 날은 이 집에서 꼬막 삶았다고 모이고...

며칠전 설을 쇠고 한 집에 모였다.

음식 솜씨가 좋은 그 아주머니는 시원한 웃음소리처럼 반찬도 뚝딱뚝딱 빨리 맛있게 잘 해낸다. 

한 접시에 다섯가지의 나물을 곁들인 떡국 상차림이었는데 여기저기서

"이거 뭔 나물이오? 더 없어?"

하는 통에 두 군데로 갈라 앉은 상이라 주인 아주머니는 왔다갔다 정신이 없다.

"부지깽이예요. 울릉도 나물이라고 하는 거."

나는 네이버 형님한테 물어 본다며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하니

우리 시댁에도 있는 거라 봄이 되면 몇 뿌리 캐서 나누기로 했다.

그 집의 아는 사람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근무를 한댄다.

명절이 끝나고 고속도로 휴게소 쓰레기통을 보면 보따리를 풀어보지도 않은 물건들이 나온댄다.

또 아파트 청소를 하다보면 역시나 풀어보지 않은 보따리를 발견한댄다.

까지 않은 통통한 마늘, 들기름, 참기름, 뻘건 고깃덩이, 생선 얼린 것, 온갖 나물들...

시골에 사는 시어머니가 싸준 보따리들일 거다. 

당신은 지질한 것 거둬 먹으며 크고 좋은 것들은 아껴 새끼들에게 싸줬을 것이다.  

물에 불려 손끝에 마늘 냄새 묻히며 마늘을 까고 찧어야 하니

마트에 가면 다 갈아 놓은 것 몇 천원어치 집어 담기만 하면 될 것이다. 

굳이 물에 불리고 삶고 간하는 법석(?)을 떨어야 하는 나물들도 그저 낙엽보다도 못한 귀찮은 것일테고 

그래서 나물에 화룡점정을 찍듯 살짝 풍미를 더할 들기름을 넣을 필요도 없으니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해야하나?

직장생활을 처음 하는 20대 여직원의 집에는 밥솥이 없다. 전자렌지와 햇반만 있을 뿐이다.

며칠전 친구네가 와서 이틀을 묵고 갔다.

자연스럽게 촌 음식들(김치, 나물 등)로 밥상을 차렸는데 딸 아이는 맨밥만 젓가락으로 먹고 있었다.

잡곡이 아닌 흰쌀밥을 해 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맞벌이니, 원룸이니, 혼밥이니...

김치 한 쪽, 나물 한 젓가락도 안 받으려고 눈치를 보는 아이들을 보면

고사리, 부지깽이, 도라지, 더덕, 다래순, 시래기, 참두릅 ... 이런 나물들이 밥상에서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미 40대도 그런 나물류의 밥상을 차리지 않으니 그 다음 세대는 나물류의 맛을 접할 수가 없고

가정식백반을 어쩌다 외식으로나 먹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참, 어쩌다 연락하는 그렇지만 아끼는 지인이랑 통화를 했다.

그간 아버지는 돌아 가시고 어머니는 여러 번 수술로 힘들어 하신다길래 주소를 찍어 달라고 했다.

작년에 남편이 산을 헤매며 딴 능이버섯이 면역력을 높인다길래 좀 보낼 생각이었다.  

"먼저 준다고 하지 말고 달라고 할 때 줘야돼."

풀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보따리 때문에 열받아 하며 우리끼리 내린 결론이었는데 

어머니를 위해 땅에서 나는 능이버섯을 흙이 안 들어 가게 잘 손질해서 대추, 찹쌀, 마늘 등을 넣고 백숙을 잘 끓일 수 있을까?

주소를 찍어 달라고 할 게 아니라 먼저 능이버섯을 달라고 할때 보내야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