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입구 화단 꾸미기
산골에 살면서 뭘할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 어렸을 적 꿈이 꽃밭 가꾸는 거였다.
온갖 씨를 주머니에 모아와서 시도 때도 없이 뿌렸고
사과를 먹다가도 씨앗을 발려 내어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어린 마음에 싹이 잘 나오라고 체를 쳐서 씨앗을 덮었다.
며칠 후 싹이 나오길래 신나서 요강에 오줌을 들이 부어 주었더니...
그 이후로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다 내 화단에 경계를 쳐놨더니 거기서 싹이 트는 걸 보고는
식물은 이렇게도 자라는구나.
커서 자취를 하면서 움파를 길러 먹었고
도시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늘 초록색이 그리웠었다.
산골로의 귀촌.
어쩌면 열살 안팎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씨앗을 뿌리던 그 경작본능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인생 뭐 있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 거야.
우리 집 들어오는 길 입구.
거꾸로 말하면 집에서 나가는 출구가 되는 곳인데
저쪽과 이쪽 골짜기에서 차가 나가면서 부딪칠뻔한 게 여러 번.
시에 볼록 거울을 설치해 달라 할까?
읍사무소에 몇번씩 쫒아 다녀야 하고
볼록 거울은 인공 구조물이니 자연스럽게 할 방법이 없을까?
또 깨진 유리창 효과라고 하는, 을씨년스러우니 길로 들어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는 사실.
작년에 산주인에게 얘길 하고 나무를 잘라 냈다.
그리고 밑빠진 항아리를 주워와 바루를 불러 그림을 그렸다.
"왼쪽길로 들어가면 꽃을 키우는 집이 있어요."
뭐 이런 암시.
달달달.
포크레인을 이동시켜 돌을 쌓고 화단을 마무리 하자.
뭐에 하나 꽂히면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는 남편.
일찍 나가길래 아침은 커녕 점심때까지 안 들어 오겠군 해서 아침을 싸 들고 나갔다.
잠깐 일하고 온다고?
4시에 허기져서 결국 들어와 밥 먹고 다시 나가 7시까지 일해 놓고는...
이틀동안 작업을 하는데 동네사람 들며 나며 한 마디씩 한다.
수로를 메워. 차가 빠진다고.
아냐, 물은 어디로 빠지라고?
물은 흐르지도 않아. 장마때나 겨우 흐를텐데. 그것도 도로 위로 흐른다고.
그래서 우리는 동네의 뜻이 모아지면 그 때 하기로 하고 우리대로 꾸미기로 했다.
동네 사람들. 우리가 훤하니 해 놓으니 욕심이 나는가 보다.
이걸 심어라, 저걸 뿌려라. 위에도 몇 군데 더 만들자.
이 사람들이 정말. 허리 아파 죽겠구만.
앞에는 송엽국을 심고
위에는 흙을 잡아 주면서 쑥처럼 번식력이 강해서 풀을 잡는 국화를 심었다.
날이 저물어 캄캄한 밤이 되어 포크레인을 달달달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봄부터 보랏빛 송엽국이
가을이면 노란 국화가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네비가 산꼭대기에서 "목적지 부근입니다."를 외치기 전에
"항아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오면 돼." 하고 알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