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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털이

햇살가득한 2020. 10. 22. 15:52

우물가에 한 그루 있는 우리 집 대추.

이사 온 첫 해. 집 수리를 하면서 옆으로 뻗은 굵은 가지를 하나 잘랐더니

다음해에 30키로나 딴 적이 있지요.

 

대추나무는 늦게 꽃이 펴요.

남들 다 피고, 하도 안 펴서 죽었나? 하면서 들여다 보면 좁쌀만하게 싹이 돋고 있지요.

여름이 되어 온 동네 벌들이 모두 모인듯 윙윙거리는 소리가 요란해서 쳐다보면 아주 작은 노란 꽃들이 피어 있어요.

그리고는 장마철이 되면 내리는 빗줄기에 대추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답니다.

어쩌다 해가 나서 쳐다보면 그새 대추는 중매자 벌을 만나 콩알만하게 대추알을 키우고 있어요.

장맛비에 맞아가며 알을 키우다가 얼룩덜룩 붉은 빛을 띠지요.

대추가 빨갛게 익어가며 맛을 들입니다.

올해는 태풍이 익지도 않은 파란 대추를 다 털어 놨네요.

그래서 대추가 나무에 거의 매달려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긴 장대로 고생하며 자란 대추나무를 사정없이 때려줘요.

그리고는 대추알을 뺐는답니다.

우리가 대추나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소똥 거름 듬뿍 몇 삽 떠 주는 것,

그리고 벌들이 많이 날라오라고 농약을 안 치는 것 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