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가을의 계절탓
햇살가득한
2005. 8. 25. 18:13
문자가 왔다.
강원도 아무갠데 어찌 지내는지. 그간 소식이 없어 궁금해서...
아.무.개.
'통화'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10여년만에 통화하는 그 남자 목소리가 여전했다.
남자 목소리치고는 다정하게 거기다가 촌사람답지 않게 억양도 세지 않아서 제법 매끄러운
목소리가 휴대폰으로 흘러 나왔다.
"강릉엔 웬일로?"
"강릉에 정착할까 하구요.집도 조그맣게 짓고 텃밭도 좀 가꾸고 살려구요."
"그래도 아파트가 낫지 않나? 아직 젊은데..."
"제가 좀 촌스럽잖아요. 아침에도 텃밭에서 호박 따다가 된장찌개 끓여 먹었는데..."
"아니! 그렇단 말야? 그런 면이 있었어? 그럴 줄 알았으면 붙잡아 놓는 건데... 난 도시 여잔줄 알았지."
10여년전.
소개로 만난 남자는
나를 강원도 산골에 들어 앉혀 놓으면 보내기 때 밥 내갈 일 밖에 할 일이 없다며
그럴 일을 할 여자가 아니라며 스스로 떠나갔다.
여름의 땀내를 미처 빼내지 못한 이불을 잡아 당기는 요즘.
서늘한 날씨 때문이었을까?
이미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학부모가 되어 버린 아무개는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다가
한번쯤은 후회해 봄직한 옛일을 떠올렸다.
"얼굴 한 번 봅시다."
아무개는 여전히 자기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했다.
"아이구, 예전의 이미지 다 버리는데요."
난 또 여전히 슬쩍 돌려서 말을 받아 넘기고...
"나두, 이젠 폭삭 늙었어요.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나는 강릉에 가는 길에 한 번 들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속에서 세월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