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가득한 2005. 9. 13. 22:03
일반 자전거 보다 쪼매 비싸다는 이유로 일반 자전거상에서는 바람을 넣을 수가 없는지라

이천을 촌이라고 무시하며 자전거를 차에 싣고 성남으로 왔다.

작년에 흙탕물을 내달렸는지 옴팡 흙더미를 뒤집어 쓰고 먼지에 거미줄까지...

바람도 넣도 목욕도 시켜서 바람을 가르며 달려 봐야지.

말끔하게 닦으니 밝은 빨간색이 제 색을 낸다.

탄천(1)으로 끌고 나가니 세상에

자전거 도로가 한강까지 닿아 있단다.

바람 넣는 것도 공짜로 설치 돼 있고.

앗싸리...

역시 무식하면 용감한 것을.

자전거 집에 가면 바람 넣는 밸브를 교체하는 것이 새로 나온것을 나만 모르고 있는 거였다.

그걸 사면 될 것을 이천까지 싣고 오다니.

한강까지 13.9km.

이 이정표는 나를 강하게 유혹한다.

엄마의 밭에 가서 얼쩡거리기(도와주기는 뭘 얼마나 도와줄까싶어)라도 할려 했는데

반대편 한강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어떤 아줌마 저쪽에서 넘어졌는데 119부르고 목에 고정대하고 붕대 감고...

헬멧도 안 쓰고 목장갑 끼고 바지도 고무줄로 동여 맨 내 차림에 좀 겁이 난다.

내가 달리는 탄천 물에서 퍼득퍼득 물소리가 나서 살펴보니

이래도 되는거야?

팔뚝만한(거짓말 아님) 잉어가 떼를 지어 상류로 올라 가고 있다.

그 똥물, 세제, 중금속으로 엉켜 악취나는 탄천을.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이런 똥물에서도 고기가 사냐고 물었더니

산란을 하러 상류로 올라 가는 거라고 했다.

옆에 아저씨는 지난주에는 물 반, 고기 반이었다고 한다.

그 물을 먹은 물고기들이 제대로 알을 낳을 것이며

또 그 알들이 똥물에 절어 버리는 건 아닌지.

한강에서 올라온 고기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의 냄새를 맡으며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런 악취를 기억하며 큰고기로 자라 다시 고향으로 돌아 가다니.

그러고 보면 내 어릴 때 추억은 장미빛은 아니었어도 적어도 똥물은 아니었다.

샴푸, 세제를 조금이라도 덜 써야겠다고 산 경험을 하며

하여튼.

한강까지 기를 쓰고 갔다.

조금 남겨 두고 오면 미련이 생겨 다음에 또 도전할까봐서리...

드뎌 한강이다.

근데 도착하고 나니 다리 근육도 풀리고, 통 힘이 없는거다.

겨우내내 운동 한 번 안하다가 한꺼번에 하려니 무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 멀고도 멀었다.

길바닥에 널부러져 자고 싶은 걸 쉬엄쉬엄 돌아왔다.

미터기를 보니 다섯시간에 35키로를 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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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의 전설은 다음에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