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저승을 다녀 왔다는 할머니
햇살가득한
2005. 9. 13. 22:52
저승을 다녀왔다는 할머니. | |
번호 : 15353
글쓴이 : 김삿갓 |
조회 : 136 스크랩 : 0 날짜 : 2005.02.17 17:13 |
병실 옆 침대에 68세의 할머니가 누워 계신다. 그 할머니는 늘 언제나 죽냐고 하다가 또 부러진 팔을 보며 언제나 날까 하고 기대를 하시는 참 이중적인 생각을 하고 계신다. 할머니가 언제나 다 나을까 하는 것은 지겨운 병실이 싫어서일테고 늘 죽어야지, 언제나 죽게 될까 하는 것은 이제 살만큼 살았단 생각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저승엘 다녀 오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고전을 읽다 보면 죽어서 저승을 다녀온 사람들이 꽤 있다. 이렇다할 종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난 이렇게 들려 주는, 혹 책을 통해 읽는 저승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사실처럼 믿고 있다. "저승엘 갔어. 가니께 그렇게 좋을 수 없더라구. 하얀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내가 거기 누워 있었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더라구." 난 저승사자나, 옥황상제 이야기가 나올 법해서 "그런데 이 세상에는 누가 데려다 줬어요?" 하고 물었더니 깨어 보니 이승이더라나. 3일동안을 돌아가셨었는데 다시 깨어나셨단다. 할머니는 그것을 그리워 하면서 죽는 타령만 늘어 놓으신다. "내가 미쳤지. 장농위에 올려 둔 보따리가 뭐가 궁금해서 그거 꺼내보려다가 떨어져 이지경이 됐지." 하면서 초록색으로 깁스한 팔을 내려다 보신다. 간호사가 "할머니, 낙서해 드릴까? 그럼 빨리 낫는데요." 했더니 할머니 이해를 못하시고 "얼렁 죽어야지." 하신다. 맞은편 침상에 누워있던 10살이나 더 드신 할머니가 죽는얘기만 한다고 핀잔을 주셨다. 언제 저승에 갔다온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야 할텐데. 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