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가득한 2005. 9. 13. 23:13
깨벌레(깨망아지)1
번호 : 3276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125   스크랩 : 0   날짜 : 2004.08.06 22:27
내 고향 강원도에서는 호랑 나비 애벌레를 깨벌레 또는 깨망아지라고 불렀다.

내 어렸을적만 해도 농약을 치지 않던 때라 깨망아지는 참깨잎에 열매 달리듯 매달려 깨 잎을 갉아먹었다.

그래서 "깨"가 붙었을테고 다른 벌레보다 월등히 커 어른 중지만한 크기 때문에 "망아지"란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연두색에 뿔(더듬이)이 두 개가 나 있고 마디 마디가 쏙쏙 들어간 깨망아지.

어쨌든 난 이 크기 때문에 더욱 징그러운 깨벌레를 몹시도 싫어했다.

그날은 채 해가 떠오르기 전에 엄마는 낫을 챙기며 참깨를 베러 가자고 하셨다.

나는 아침을 먹고는 화장실엘 가는 척하며 개울 건너 동네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차라리 논골에 있는 무거운 호박을 따 오라고 시킨다면 하겠다.

무를 뽑아 오라고 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나 참깨밭엔 정말로 가기 싫다. 참깨 밭 옆으로 난 길을 놔두고 멀찌기 돌아서 갈 정도로 깨밭을 싫어 했다.

점심을 먹으러 식구들이 돌아왔다. 물론 가족들은 내가 일을 하기 싫어해서 핑계를 댄다고 몰아부쳤다.

밥을 먹으려고 둘러 앉았는데 내 옆에 앉은 남동생이 내 눈앞에 주먹을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는 손가락 다섯개를 펴니 그 안에는 꿈틀거리는 깨벌레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대문간으로 냅다 뛰었다.

동생이 낄낄거렸다.

그리고 내 등에 부딪히는 물컹한 그것!!!

동생이 미처 따라오지 못하니까 깨벌레를 등에 던진 거였다.

그날 나는 혹 숨겨 놓았을 지도 모를 깨 벌레가 어디에서 나올까 조바심하며 하루를 보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