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집이란 무엇일까?

햇살가득한 2006. 7. 29. 01:11

방학을 하자마자 충북 청원에서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빡빡하게 짜여진 강의에 틈틈이 논문 준비까지... 거기에 덤으로 시험도 치루고...

하여튼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금요일이 되어 서둘러 짐을 쌌다.

비는 자고나서도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고 창문을 열어 놓고 나간 방안에 물이 흥건하게 고인 적도 있었다.

세 명이 한 방을 써야 하는 기숙사 생활이란 게 서로 서로 조심해서 생활 해야 하는 터였고

제일 먼저 도착한 나였지만 위로 연배가 더 많은 두 명이 있는터라

이층 침대에서 생활을 하려니

자면서 비행기 탄 것 같은 느낌.

내 잠버릇이 또한 곱지 않은터라 육지로 내려왔다.

눅눅하고 좁은 방안.

하여튼 금요일 강의가 다행히도 휴강이 되었고 짐을 챙겨 서둘러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의 이미지가 그렇듯 먼 곳으로 데려다 줄 기차가 멀리서 달려 오고

난 집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

수원에서 내려 다시 전철을 타고 내려서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가야 하는 그 곳,

내 집.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을 줘야 할 식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싼 가구들이 놓여져 있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깔끔하고 아늑한 곳도 아닌

그런 집엘 나는 왜 굳이 가려고 번거로운 과정을 감수하며 집으로 가려고 하는가?

주말엔 모두 집엘 가니까

밀렸던 숙제나 하고,

책이라도 보면서 기숙사에서 주말을 보내도 되련만...

 

집이란 무엇일까?

 

도착역을 몇 정거장 남겨두고 이웃에 사는 희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에서 내려서 택시를 잡아 타도 될 터이지만

우산이 없다는 핑계로 희망을 부른거다.

희망은 막걸리 타령을 하는 꿈식이를 떠올렸고

막걸리를 두 병씩 사 들고 우리집으로 모이게 되었다.

파전을 부치고 감자전을 찢어 가며

목소리 높여 침 튀기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이제 돌아 갔다.

 

집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