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방랑군
시집 간 며느리들이 앓는다는 명절증후군.
시집이든 장가든 안 간 쏠로들도 명절증후군을 앓는다는데...
명절 전후로 일을 많이 한 며느리들이 허리며, 어깨, 거기다가 마음까지 고생하는거와는 달리
쏠로들은 주로 친척들을 피해 자기 집에 틀어박혀 비됴를 몇 편 때리며 방바닥을 긁거나
아님 등산을 하거나 아님 이도저도 싫은 나는 방황의 길을 선택한다.
10월 3일.
오늘부터 6일을 연달아 쉬는 황금의 아니 다이아몬드의 연휴.
직장인에게 이보다 더 큰 뽀오너스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면 뒹글거리다가 시간을 보내기 일쑤.
이번 연휴는 그렇게 보내지 않으리라.
"도반, 뭐혀?"
도반 역시 나의 헛헛한 마음을 꿰뚫고 등산이나 하자고 한다.
그려, 첫날은 가볍게 관악산을 타자.
그녀집 앞에서 시작되는 관악산 코스.
얼마를 오르다가 쉴겸 가방을 열었는데
떡, 포도, 사과, 복숭아, 삶은 계란...
"우리 먹으러 온거야. 먹으러."
"긴 코스로 타고 저녁까지 해결하고 가자."
이 두 처자들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걸 무슨 부페 즐기듯 바위에 걸터앉아 까 먹고는 천천히 등산.
서울대 코스로 내려와서 거기서 부터 음식점을 찾아 회초밥을 먹고는
또 걸어서 도반네 아파트 주차장으로 도착.
내일부터 빡세게 한 번 걸어보자. 오늘은 준비단계였으니까.
그래도 간만에 걸으니 무릎 뒷쪽이 땡겨온다.
내일은 자전거를 싣고 강릉으로 출발.
예정대로라면 강릉에서 자전거를 타고 주문진으로 해서 6번도로를 타고 오대산 자락인 부연동으로.
거기서 하루나 이틀 묵고
6번도로를 타고 태기산쪽으로 해서 횡성을 거쳐 문막, 이천을 거쳐 안양으로 오는 코스.
이것을 8일까지는 끝내야 한다는 것.
태백산맥이 영동에서 영서로 흐르니 그나마 내리막길일거라는 것.
물론 부연동에서 오대산 자락을 넘을 때는 힘들겠지만.
힘들면 차 좀 얻어 타고, 쉬엄쉬엄 무리하지 않고...
이렇게 방랑을 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단지 예전 20대에 비해서 무엇을 하려는 용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걸 내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한동안 안 탄 자전거, 손도 안 봐두고. 뒤에 다는 깜박이등 건전지만 갈아 끼워뒀다.
잘 되던 안 되던지 어쨌든 해가 뜨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