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까페에 올린 글
안녕하세요?
이 방에도 저와 비슷한 여성분들이 많을 거란 생각에 용기를 드릴까 해서 글을 써요.
귀촌을 생각한지 10여년이 넘었고 발품을 열심히 팔았지요.
위로는 파주에서부터 아래로는 무등산자락 아랫동네까지.
아마 길바닥에 뿌린 돈도 많을 거예요.
귀농사모 매물방에는 수시로 들락거렸고, 경매, 공매까지 합쳐서 하루 2~3시간을 땅과 집을 찾아 공부를 했나봅니다.
경매, 공매로 낙찰은 받았었으나 막상 아니어서 계약금을 날리고 포기도 했는데
작년 공매로 나온 작은 땅을 낙찰받았습니다.
강원도 강릉에 50평의 전.
50평에 15평정도 집을 짓고 살기에 괜찮겠다 싶었지요.
푸성귀는 상추 5개, 고추 2개 심을 곳은 얻으면 되겠고,
정남향의 땅에 길이 있고 전기도 있고 수도마저도 들어오고
뒤로는 소나무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서 북풍을 막아 줄 것이고
앞으로는 연을 심어놓은 논이 있어서 연밭이 내 거다 생각하고 감상하면 되겠고,
연꽃을 본다고 주인한테 허락 안 받아도 되잖아요.
바다는 걸어서 30분이면 되겠고,
오징어회에 쏘주가 생각나면 주문진 어시장엘 가면 되겠고.
소나무 산이랑 옆으로 4000평 정도 되는 감나무 밭은 다 감상용 내 밭이라 생각을 하고나니 50평 땅에다 집을 지을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다 좀 작은 듯 해서 옆의 땅을 주인을 수소문했으나 그 밭을 부치는 사람이 구전을 먹으려 했는지 땅주인을 안 가르쳐 주더라구요.
방법은 있지요. 등기를 떼어보고는 땅 주인에게 구구절절 장문의 손편지를 썼답니다.
결론은? 오늘 잔금 치뤘어요.
땅주인에게 팔 생각이 있었냐니깐 생각은 없었는데 편지를 보고 감동을 했다나요?
고향이라 나중에 집짓고 살려고 뒀는데 이제 늦어서 못 내려 갈거고 돈도 좀 필요했다고.
직장도 옮기기로 신청을 해 놨으니 아마 3월부터는 강릉에서 일하게 될 것 같구요.
늘 생각만 하면서 도시에서 산 게 10년이니 지금 생각하니 그 세월이 아깝게만 느껴지네요.
늘 꿈꿔왔던 작은 집 지어서 벽난로 온돌방에서 따뜻하게 자고
군불지펴서 난로삼아 그 앞에서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재봉으로 예쁜 소품도 만들고,
밭에 나가서 싱싱한 푸성귀 뜯어다 밥상 차리고...
방은 아주 작게 하나만 만들거예요. 침대 크기 정도로.
거실은 넓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올 수 있게.
부러우시죠? ㅎㅎ
그럼 실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