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호박 옆에서
김삿갓
한 덩이의 호박이 열매맺기 위해
봄부터 김삿갓은
그렇게 분주했나 보다
한덩이의 호박이 열매 맺기 위해
삿갓은 거름덩이를
또 그렇게 날랐나 보다
가뭄과 비바람에 가슴 조이던
여름날 뙤약볕 햇볕아래서
인제는 돌아와 가을 앞에 선
내 어머니 같이 생긴 호박이여
노오란 네 호박이 열릴라고
간밤엔 천둥이 저리 때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