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여름에 아는 분이 꽃모종을 들고 오셨어요. 삐쭉 이파리 모양도 갖추지 않은 작은 걸 들고 오셨길래 이거 살기나 할까? 하고 생각했었죠. 월동 한다고 했는데도 웬지 여리여리한 게 가여워서 2중으로 된 무가온 비닐하우스에 넣어놓고 물 주며 정성을 들였지요. 봄 되니 겨우 새끼 손가락 길이만큼 자란 걸 밭에 소똥 거름을 삽으로 퍼다 주고는 심었어요. 녀석들은 의외로 쑥쑥 자라더군요. 반신반의. 잘 자라줄까? 하고 이따금씩 관심 주는 척 지켜보고 있는데 다른 백합은 장마와 함께 꽃이 피던데 이 녀석은 장마 철에는 키를 훌쩍 키우더니 찬바람 불 때서야 하나 둘 피더라구요. 그런데 세상에나,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도 피고 있는 거예요. 한쪽에서는 열매를 달고 한쪽에서는 계속 피어대고... 이제는 기특해서 씨앗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