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588

표고버섯 수확

표고버섯을 수확했다. 2월부터 비를 맞혔어야 했지만 올해는 유달리 겨울 가뭄이 심했다. 건조주의보, 경보가 거의 매일이었다. 그래서 버섯이 거의 나오지 못했고 나왔다고 해도 모양도 안 나오고 아주 작다. 지인들과 나눌 것을 몇 개로 나누고 못생긴 것은 썰어 말린다. 말렸다가 볶아서 가루로 만들어서 나물 무칠 때, 찌개 끓일 때 한 숟갈 씩 넣으면 맛이 좋다.

일상/볶고 2022.04.01

배지재배와 자연재배 표고버섯 비교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넣어 버섯을 키우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겨울에 참나무가 물을 내렸을 때 산에서 벤다. 1미터씩 자른 뒤 집 가까이에 옮기는데 말 그대로 참나무라 엄청 무겁다. 뉘어 놓은 뒤 두달 가량 말려서 생명력을 완전히 없앤다. 3월 말쯤이 되면 드릴로 구멍을 뚫고 종균을 넣은 뒤 뚜껑이 빠지지 않게 찔러 넣어 새가 파 먹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빛이 안 들어가게 그물을 씌워 놓고 1년동안 비를 맞힌다. 버섯 종균이 나무 안으로 퍼진다. 다음해에 버섯을 그늘진 자리로 옮겨 세운다. 그러면 가을부터 즉, 종균을 넣은 지 1년 반만에 버섯이 나온다. 참나무로 하는 버섯의 힘든 점은 무거운 나무를 옮기는 일. 또 가물 때 물을 줘야 버섯이 나온다. 이렇게 힘들게 버섯을 키우는데 비닐하우..

일상/볶고 2022.03.31

호떡

여행지다보니 중앙시장에는 늘 씨앗호떡을 사려는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먹고 싶어도 줄 기다리는 거 싫어서 '가서 해 먹고 말지' 했다. 밀가루에 우유를 붓고 소금 조금, 설탕 아주 쬐금. 그리고 이스트 조금 반죽을 해서 비닐을 씌워 담요를 덮어 놓으면 반나절 되어 잘 부풀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둘째 언니도 간식거리를 잘 만들어 줬었다. 누구를 위해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거다. 그 사랑이 삶의 버팀목이 되지 않던가. 호박씨, 호두, 땅콩, 참개를 따로따로 볶아 절구에 넣고 쿵쿵쿵 찧고 씨앗들을 두 숟갈씩 섞었다. 설탕은 야박스럽게 두 숟갈. 명색이 '씨앗 꿀호떡'이지 않은가? 꿀병은 열리지 않고 생강을 갈아 꿀에 잰 게 있어 이것도 한 숟갈. 말랑말랑 반죽을 펴서 손가..

일상/볶고 2022.02.27

아보카도

농협 마트에 갔더니 아보카도를 팔고 있었다. 바다를 건너 멀리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아보카도는 초록색 갑옷에 여드름처럼 오돌도돌 돌기가 나 있었다. 텃밭에서 대부분 자급자족을 하고 제철 음식을 주로 먹긴 하지만 식물성 지방이 많다고 하니 이걸 좀 사봐야겠다. 4개들이 한 팩을 계산 하는데 콩나물을 사던 할머니가 얼마냐고 물으신다. 사과보다도, 저온저장고에 들어 있었던 단감보다도 비싼 아보카도. "할머니, 잡숴 보셨어요?" 했더니 그렇다고 하신다. 주름살로 보아 아흔이 좀 못되신듯 했다. 눈도 백내장인지 까매야 할 눈동자가 온통 하얘서 까만 점만 남아 있었다. 가져온 가방을 열어 콩나물을 담는 손도 굼뜨기만 하다. "하나 드릴까요?"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나는 계산대 앞에서 봉지를 찢어 제일 큰 걸로 ..

김치냉장고 덮개

오래된 김치 냉장고. 아마도 10년도 더 넘었을 듯. 냉장고에서 꺼낸 것들을 냉장고 위에 올려 놓아서 긁혀 지저분하다. 닦아도 지지 않는다. 시내에 가서 연두색 누빔천을 사 왔는데 냉장고 색깔을 생각하지 못해서 다시 가서 바꿔 왔다. 다행히 누빔천은 잘라 온 게 아니고 자투리 남았던 거라 사장님이 바꿔 주셨다. 윗면 각까지 넣고, 레이스까지 달아서 완성. 내 손으로 만드는 것은 완성된 뒤에 그 뿌듯함이 있다. 오래된 스티커도 불려 떼어 내었더니 깔끔.

일상/꿰매고 2022.02.06

소세마리님의 참깨를 볶으며

우리 농토의 규모를 보면 귀농인데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열심히 쏟아 붓고만 있습니다. ㅎ 먼저 주인이 밭을 기름지게 가꾸고, 밭 언저리엔 감나무를 여러 그루 심어서 올해는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서서히 밭에서 거름값이라도 나오게 해야 저녁마다 큰 파스를 붙이는 남편의 노고가 인정되는 것 같아서 곶감을 물물교환하기로 했지요. 저녁이면 둘이 앉아 감을 깎아 비 맞지 않게 처마 밑에 걸면 햇빛과 바람이 만진 감은 쪼글쪼글 줄어들며 하얀 분을 냈습니다. . 처음 소세마리님이 참깨와 물물교환을 하자고 하셨어요. 우리는 참깨 농사를 짓지 않아 잘되었다 생각되어 바꾸기로 했지요. 그리고 몇몇 분들은 농산물과 바꿀 게 없는 도시분들이라 열심히 일하셔서 번 돈과 바꾸었습니다. ^^ 그 참깨를 오늘 씻어 물기..

일상/볶고 2022.01.01

강릉엔 눈

어젯밤부터 실실 내리기 시작한 눈. 영월 사는 친구네가 클스마스 이브 멋지게 상차려서 먹자고 꼬셨건만 우리는 눈 때문에 가지 못하고 비닐하우스 차광막 걷어 내리고 눈 단속을 하였네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렇게나 짠. 뭐 1990년도에 146cm 내린 적이 있어서 "눈은 머 한 1미터 내려야, 아! 눈 쫌 오는구나 하는 거지. 30센치야 뭐~~" 영동 사람답게 남편이 한 마디 합니다. 남편은 눈을 치우느라 고생하는데 한마디 합니다. "우리 집 주변만 치우고 치우지 마. 천재지변으로 고립돼서 출근 못하게." 그런데 뭐 말만 그럽니다. 올해 3월 2일에도 눈이 허벅지까지 내려서 출근 못하고 썰매 신나게 타다가 저녁때가 되어 그 다음날도 출근 못할 거 같아 1.8키로 눈 뚫고 걸어 내려가서 시내 여관방에서 자고..

촌 생활, 소소한 즐거움

호미 들고 슬슬 밭을 어슬렁거립니다. 여름, 아니 가을까지 열심히 김을 맸다고 했는데도 씨가 날라와 냉이가 자리잡고 살고 있네요. 아직 땅이 얼지 않아 호미질을 몇 번 하고 쑥 잡아 당기면 팔등신 모델같이 긴 뿌리를 가진 냉이가 뽑혀 나옵니다. 길이가 무려 25cm 더 굵은 걸 캤으면 더 30cm는 족히 됐겠죠. 허리를 굽혀 한끼 분량만 딱 캐고 들어옵니다. 지하수 물을 틀어 수돗가에서 두어 번 씻어요. 실실 콧노래가 나옵니다. 그깟 냉이가 뭐 별거라고. 사람들은 얘기하죠. 삼천원어치 사다 먹고 말지. 그런 소리 마세요. 비닐하우스에서 따뜻하게 자란 냉이는 초록색으로 뿌리도 가늘고 잔뿌리만 많고 무엇보다도 향이 안나요. 추위에 몸을 납작하게 땅에 붙이고 바람에 이파리를 말고 빗물을 빨아 먹으며 자란 겨울..

일상/볶고 2021.12.12

겨울철 땔감 준비

우리집 난방은 화목보일러다. 시아버지가 식구들을 아침까지 따뜻하게 푹 자라고 새벽에 나가 장작을 몇 개 더 집어 넣고 들어오셨듯 남편은 아버지처럼 불 때는 서비스를 잘 물려 받았다. 저녁때 한 번 넣고 잠잘 때도 한 번 넣고 그리고 아침에는 큰 등걸을 하나 집어 넣는다. 우리집이 남향이라 햇빛이 잘 들어와 그나마도 다행이다. 남편은 산으로 둘러싸인 집 주변의 나무를 솎아 주기도 할 겸 베기도 하고 눈에 부러진 것, 휘어진 것들을 벤다. 팔뚝 길이만큼 전기톱으로 자른 나무들은 세워놓고 도끼로 패서 장작을 만드는 데 힘을 줘 도끼를 들어 올리고 내리치면 동그란 나이테를 가르며 나무가 쫙쫙 갈아진다. 갈라진 나무와 함께 힘을 뺀 도끼가 땅으로 떨어지는 발을 찧을까 염려되어 장작패는 곳에 가지를 못하겠다. 어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