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볶고 65

표고버섯 수확

표고버섯을 수확했다. 2월부터 비를 맞혔어야 했지만 올해는 유달리 겨울 가뭄이 심했다. 건조주의보, 경보가 거의 매일이었다. 그래서 버섯이 거의 나오지 못했고 나왔다고 해도 모양도 안 나오고 아주 작다. 지인들과 나눌 것을 몇 개로 나누고 못생긴 것은 썰어 말린다. 말렸다가 볶아서 가루로 만들어서 나물 무칠 때, 찌개 끓일 때 한 숟갈 씩 넣으면 맛이 좋다.

일상/볶고 2022.04.01

배지재배와 자연재배 표고버섯 비교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넣어 버섯을 키우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겨울에 참나무가 물을 내렸을 때 산에서 벤다. 1미터씩 자른 뒤 집 가까이에 옮기는데 말 그대로 참나무라 엄청 무겁다. 뉘어 놓은 뒤 두달 가량 말려서 생명력을 완전히 없앤다. 3월 말쯤이 되면 드릴로 구멍을 뚫고 종균을 넣은 뒤 뚜껑이 빠지지 않게 찔러 넣어 새가 파 먹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빛이 안 들어가게 그물을 씌워 놓고 1년동안 비를 맞힌다. 버섯 종균이 나무 안으로 퍼진다. 다음해에 버섯을 그늘진 자리로 옮겨 세운다. 그러면 가을부터 즉, 종균을 넣은 지 1년 반만에 버섯이 나온다. 참나무로 하는 버섯의 힘든 점은 무거운 나무를 옮기는 일. 또 가물 때 물을 줘야 버섯이 나온다. 이렇게 힘들게 버섯을 키우는데 비닐하우..

일상/볶고 2022.03.31

호떡

여행지다보니 중앙시장에는 늘 씨앗호떡을 사려는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먹고 싶어도 줄 기다리는 거 싫어서 '가서 해 먹고 말지' 했다. 밀가루에 우유를 붓고 소금 조금, 설탕 아주 쬐금. 그리고 이스트 조금 반죽을 해서 비닐을 씌워 담요를 덮어 놓으면 반나절 되어 잘 부풀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둘째 언니도 간식거리를 잘 만들어 줬었다. 누구를 위해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거다. 그 사랑이 삶의 버팀목이 되지 않던가. 호박씨, 호두, 땅콩, 참개를 따로따로 볶아 절구에 넣고 쿵쿵쿵 찧고 씨앗들을 두 숟갈씩 섞었다. 설탕은 야박스럽게 두 숟갈. 명색이 '씨앗 꿀호떡'이지 않은가? 꿀병은 열리지 않고 생강을 갈아 꿀에 잰 게 있어 이것도 한 숟갈. 말랑말랑 반죽을 펴서 손가..

일상/볶고 2022.02.27

소세마리님의 참깨를 볶으며

우리 농토의 규모를 보면 귀농인데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열심히 쏟아 붓고만 있습니다. ㅎ 먼저 주인이 밭을 기름지게 가꾸고, 밭 언저리엔 감나무를 여러 그루 심어서 올해는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서서히 밭에서 거름값이라도 나오게 해야 저녁마다 큰 파스를 붙이는 남편의 노고가 인정되는 것 같아서 곶감을 물물교환하기로 했지요. 저녁이면 둘이 앉아 감을 깎아 비 맞지 않게 처마 밑에 걸면 햇빛과 바람이 만진 감은 쪼글쪼글 줄어들며 하얀 분을 냈습니다. . 처음 소세마리님이 참깨와 물물교환을 하자고 하셨어요. 우리는 참깨 농사를 짓지 않아 잘되었다 생각되어 바꾸기로 했지요. 그리고 몇몇 분들은 농산물과 바꿀 게 없는 도시분들이라 열심히 일하셔서 번 돈과 바꾸었습니다. ^^ 그 참깨를 오늘 씻어 물기..

일상/볶고 2022.01.01

촌 생활, 소소한 즐거움

호미 들고 슬슬 밭을 어슬렁거립니다. 여름, 아니 가을까지 열심히 김을 맸다고 했는데도 씨가 날라와 냉이가 자리잡고 살고 있네요. 아직 땅이 얼지 않아 호미질을 몇 번 하고 쑥 잡아 당기면 팔등신 모델같이 긴 뿌리를 가진 냉이가 뽑혀 나옵니다. 길이가 무려 25cm 더 굵은 걸 캤으면 더 30cm는 족히 됐겠죠. 허리를 굽혀 한끼 분량만 딱 캐고 들어옵니다. 지하수 물을 틀어 수돗가에서 두어 번 씻어요. 실실 콧노래가 나옵니다. 그깟 냉이가 뭐 별거라고. 사람들은 얘기하죠. 삼천원어치 사다 먹고 말지. 그런 소리 마세요. 비닐하우스에서 따뜻하게 자란 냉이는 초록색으로 뿌리도 가늘고 잔뿌리만 많고 무엇보다도 향이 안나요. 추위에 몸을 납작하게 땅에 붙이고 바람에 이파리를 말고 빗물을 빨아 먹으며 자란 겨울..

일상/볶고 2021.12.12

봄날의 밥상

날이 따뜻해지자 표고 버섯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물을 뿌려주지도 않았고 그늘막이나 비닐을 씌우지 않은 자연상태 그대로이다. 그래서 못생기고 등이 다 갈라졌다. 백화고다. 하우스에서 키운 건 통통하고 갈색이 나며 물렁한데 우리 거는 작고 단단하다. 그래서 요리를 하면 더 쫄깃하다. 썰어서 표고버섯밥을 지었다. 윗집, 손씨 아저씨네를 불러 지난해 설날 동해서 캐다 비탈에 심은 한 뼘자란 부지깽이도 뜯어서 데쳐 무치고 달래도 캐서 달래장을 만들었다. 표고버섯밥에 달래장을 넣어 비벼 먹으니 봄이 입안 가득하다. 계란은 지인이 유정란을 한 판 준 것. 12개를 삶아 나눠 먹었다.

일상/볶고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