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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햇살가득한 2012. 4. 23. 23:03

전화위복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전화까지는 맞는다.

올 3월 주차 문제로 아래층 남자와 말다툼을 했다. 경우도 없는 놈이다. 내가 3년동안 주차해 놓던 자리에 어느날 떡하니 주차를 해 놓고 나와 말을 나누려고 하지도 않고 집주인과 얘기하라며 현관문을 닫는다. 예의 없게 말하는 도중에. 집주인과는 1년을 더 연장하여 살게 해 달라고 며칠전부터 부탁하는 중이었다. 집주인은 전세를 반 월세로 돌렸고 이번엔 월세를 더 올려 달라고 했다. 은행금리도 낮은데다가 어원 그대로 삭아 없어지는 사글세를 주자니 아까운 생각이 들던 차에 아래층 남자의 경우 없는 행동에 1년을 연장한대도 주차 문제로 신경쓰며 살아야 할 것 같아 전세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번엔 방 얻기가 얼마나 힘든지 엄마보고 알아보라고 했더니 두어개 보고 오셨다. 그 중에 "햇빛 잘드는"-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조권-반지하 방을 얘기하셨다. 계단을 두 계단만 내려 간다는 말씀을 강조하며. 반지하라 싫기는 하지만 다리 아픈 엄마를 생각해 이것저것 더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해 버렸다. 

  한참 망설이다가도 선뜻 질러버리는 내 성격. 

  이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손가락, 발가락을 동원하여 세어야 할 이사 횟수와 그에 따르는 불편함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안 갈까를 궁리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 1년만 그 집에서 사는 거야. 그리고 1년 후 촌으로 이사를 가야지. 1년이면 360만원도 절약되고. 

  그래서 이사비용 아끼려고 나를 포함한 5형제 모두 동원하여 이삿짐을 날랐다. 자질구레한 짐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나는 내버리고, 엄마는 나 몰래 주워다 놓고...잔금을 치루고 방으로 들어와 봤더니 둘째 언니 청소를 하면서 장판 밑을 보라 한다. 물청소를 하듯 장판 밑이 헹건히 젖어 있다. 아니 줄줄 흐른다. 

  집주인, 부동산을 불러 확인을 시켰다. 분명히 2년전 싹 수리한 집이라 해서 믿고 들어왔건만. 

  다시 이사를 나가야 한다.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참에 갈라 서 버릴까. 나는 광주에서 출퇴근 하고, 엄마는 모란 어디 작은 집을 구해 드릴까? 세를 사는 동안은 자꾸 이사는 해야 하고, 이참에 집을 확 사버려? 머리가 복잡해서 터질것 같았다. 보다 못한 엄마가 바람이나 쐬고 오라고 했다.

  영양 은마래언니네서 며칠을 묵었더니 머리 아픈 건 나아졌고 집을 사자는 결론을 내렸다.

  년초 혹시나 하는 엄마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철학관엘 갔었다. 3,4월달에는 뭘 해도 되니까 일을 저지르란다. 그 저지를 시기가 된 것 같았다.

  집을 숱하게 많이 봐 왔지만 맘에 드는 건 없어서 전세를 갈까 하는 마음이 들어 몇 집을 보았고 처음에 마음에 안 들어 지나치고 간 집을 우연히 다시 가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는 전에 본 전세가 아직 나가지 않았다면 계약을 할 참으로 부동산에 전화를 했더니 나갔댄다. 그래서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왠지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전에 본 집의 가격 조율에 들어 갔고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금을 주고 말았다. 

  오늘은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정식으로 건넸다. 

  전화위복이 될지는 모르겠다. 집이라는 게 값이 올라야 복이 될테니까. 

  그 집을 계약한 첫째 이유, 더 이상 엄마를 이사다니지 말게 하자는 것. 

  둘째, 은행이자가 낮아서 은행에 넣어 둘 수 없다는 것. 또한 집값이 싸졌다는 것(나는 모르지만 부동산 말) 

  셋째, 모란은 엄마의 30년이 넘는 터전이므로 떠나기 싫어한다는 것.  

  넷째, 나도 내 집에서 인테리어 깨끗하게 해 놓고 살고 싶다는 것. 

 

  그러나 내년에는 기필코 나는 시골로 갈 거다. 엄마는 도시에 살게 하고. 집수리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