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어 연두색 빛들이 튀어 나오자
울 엄마 조바심이 이나 봅니다.
올해도 연두색을 꽂을 땅뙈기를 마련하지 못한 탓에
40키로를 달려가야 하는 버스도 안 다니는 아는 분네 텃밭(?)을 조금 빌렸습니다.
거리도 멀거니와 일을 다 마치고 오려면 힘들거 같아 토요일 아예 그 집에 가서 잤습니다.
일요일 새벽부터 밭으로 사라진 엄마.
돌멩이도 없는 마사토 밭이라도 그렇지
밭을 갈아주지 않아서 삽으로 밭을 일궈 쑥을 뽑아내고 고랑을 만들어 비닐을 씌우는 것이 내 일.
거기에 호미로 구멍을 뚫고 고구마싹을 꽂은 뒤 주전자로 물을 주고 흙을 끌어다 덮고는 꼭꼭 눌러주는 게 엄마 몫입니다.
그런데 반나절 쉬지도 않고 일했는데도 고구마싹은 절반도 더 남아 있네요.
농사 지어 팔 것도 아니고 놀면서 쉬면서 하는 게 텃밭이니 한 단을 버리자고 하는 나와
돈 주고 사온 게 아깝다며 마저 심자는 엄마와 실갱이가 벌어졌습니다.
사실 손익을 따지자면 고구마 심어 먹는 거보다 사 먹는게 훨씬 절약이 됩니다. 모종값에, 기름값에...
날은 덥고 일은 지쳐가고 실갱이 수준을 넘어서서 조만간 곡괭이를 내 던질 판이 되었습니다.
"태워다만 줘라. 내가 다 심고 김매고 할테니."
차가 안 다니는 산골이라 엄마가 이렇게 말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는 고단수였던 거였습니다.
그런 시골에 내가 태워다 드리면 나는 엄마가 일 하는데 앉아 책이나 보라구요?
고단수 계모에 나는 콩쥐인가 봅니다.
새벽부터 시작한 일, 저녁이 되어 끝이났는데 문제는 다음날.
중지 손가락이 띵띵 부었네요. 아무래도 관절염이 온 거 같아요. 거기다가 입술도 터지고, 자다가는 코피도 나고...
손가락이 이렇게 붓기는 처음이네요. 눈물이 찔끔 나오면서 슬퍼진 건,
아, 내 몸도 고장이 나는구나. 아무리 안 하던 일을 무리해서 했다손쳐도 관절염, 이건 너무 시기 상조 아닌가요?
이제부턴 밭일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할테니 알아서 하라며 씩씩거렸는데 아직도 붓기가 가라앉지 않는 손가락이 슬픔으로 다가 옵니다. 뭐 오래 살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여기저기 고장나는 이 부속품들을 살살 달래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