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인지, 술푸고인지...
둘 다.
기껏해야 올해 여름을 지나면서부터일거다.
내가 결혼에 대해서 마음을 비운지가.
촌으로 가야 하는 여러 이유가 있었고,
그런 이유를 발목잡는 게 한 가지가 혼자 가기가 힘들다는 거.
그래서 짝을 찾아 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 뭐라도 하나 맞으면 꿰어 맞추려 했었다는 거.
그러다가 마음을 비우고 보니 이렇게 홀가분하고 당당해진다는 걸 깨닫고
진작에 마음 못 비운 게 바보스러웠고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 며칠. 비운 마음이 깨지고 있다.
중국학교에 원서를 냈건만 떨어졌다.
딱 내가 적임자였는데, 그런 나를 뽑지 않았다.
까페에 들어가 봤더니 가족이 있는 사람을 위주로 뽑았댄다.
혼자서는 외국 생활 하기가 힘들거라 생각했었나?
난 당연히, 100% 될 줄 알았었다.
원하는 조건이 딱 나였으니까.
토요일 페인트 칠을 했다.
여기까지도 좋았다.
이런 것들 여자들도 할 수 있으니까.
일요일 단열재를 발랐다.
외벽과 맞닿아 있는 벽 치수를 재서 단열재를 오리고 본드 칠하고 의자 밟고 올라서 붙이고...
근 이틀동안을 했다.
절약의 차원도 있었지만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게 싫었고, 몸은 힘들지만 뭔가 내 손으로 한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었다.
어제 11시까지 완성하고 오늘 새벽에 곰팡이 핀 부분을 제거하고 출근.
아침에는 도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씽크대를 떼어내고 보니 천장이 없는거다. 바로 지붕이 보이는 거.
출근해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후에 조퇴를 해서 집수리 하는 곳, 목재소 등을 돌아다닌 끝에 한 목수의 전화번호를 알아서 수리를 했다.
스치로폴, 합판 대고 타카를 쏘기만 하면 되는 일.
내가 10만원 줬다고 하면 오빠는 혀를 끌끌 차겠지만 나도 그런 간단한 일에 돈을 들이는 데는 나도 혀를 차고 싶었다. 남자들은 쉽게 할 일인데 말이다.
도배는 저녁까지 이어졌는데 아저씨는 등도 다 떼어 놓고 시트지도 안 바르고 다 했다고 한다. 돈을 받아 갈라고 다 했다는 말을 했을 텐데, 이건 아니지.
내일 다시 오라고 하고 두 번 걸음하기 싫으면 오늘 해 놓고 가라니까 급하게 갈 데가 있단다. 그래서 돈 주지 않았다.
이런 두 가지 일을 겪을 때는 남정네가 필요하다.
남정네로 마음이 볶이는 것보다는 혼자 사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다는 생각을 아침에 했건만.
정답은 없다. 정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