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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청

햇살가득한 2016. 5. 10. 23:13

오늘 아침에도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다가 그냥 바지를 추스렸다. 어제도 그랬는데. 이상하다. 하루 한 번씩 꼭 변을 보는데 이틀동안이나 안 본 거다.

오늘 아이들을 데리고 시청으로 현장 답사를 갔다. 약봉지를 꺼내서 살펴 봤더니 역시나 감기약의 부작용으로 변비가 생길 수 있다고 물을 많이 먹으라고 쓰여 있었다.  안전 도우미로 같이 간 반장 엄마가 며칠전 과학 행사 때도 기침하는 걸 봤다면서 비타민씨 링겔이라도 맞으라고 했다.

우리반은 저주 받은 반이라고 현장체험 가는 날마다 비가 온다고 투덜대는 애들은 우산을 받을 때만 잠시뿐이고 장소를 이동하여 고령친화관을 갔을 때는 활동을 못 하는 어르신들 침대를 올렸다 내렸다 마치 놀이 기구 체험을 하는 듯했다. 어쨌든 3시가 다 되어 학교로 돌아왔는데 교무실에 갔다 와 보니 책상 위에 도라지청이 하나놓여 있었다. 과학행사 때도 감기로 고생하는 걸 봤다면서 얼른 나으라는 쪽지와 함께.

참 고마웠다. 그러면서 고민이 됐다. 말 많은 동네라 말이 번지고 번져서 어떻게 되돌아 올지 모를 일이다.

문자를 보냈다. 마음을 써줘서 고마운데 마음만 받겠다고.

인간적인 정을 끊어 놓는 교육당국도 문제고, 뭘 주고는 받았다고 트집잡는 학부모도 문제고 이것저것 신경쓰기 싫으니 안 받고 말겠다는 소심한 나의 행동 또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