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강릉으로 발령 나기를 바라며 전세 나온 게 있길래 얼른 계약을 하고 지난 토요일 이사를 했다.
이런 소나무 숲에서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다는 행복감이 들게 하는 솔숲을 두 바퀴 돌며 여름에는 텐트를 치고 책과 함께 뒹굴거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에 집안에만 박혀 있던 걸 떠올렸다. 따뜻한 게 그리운 계절, 겨울이구나.
우리 어장이 있다. 거기에는 여름에 가서 털버덩거리며 놀다가 민들조개-강릉 말로는 째보-를 잡을 수도 있고 미역도 따다가 먹기도 한다.
또 바람이 센 날이면 청각을 주워다 무쳐 먹기도 하고 골벵이를 따다가 된장을 넣고 끓여 핀으로 꺼내 먹기도 한다.
일요일에도 어망을 던져 놓고 도루묵들이 알을 낳으러 들어오기를 기다려 바위를 째려 봤더니 이렇게 전복을 따는 수도 있다. 오늘은 횡재를 한 날이다. 이렇게 큰 전복을 따보긴 처음이다. 어촌계에서 종패를 뿌려 놨다고? 아니다. 우리가 우리 어장이라고 정한 데는 그런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곳이라 그렇게 정한거다. 물론 돈은 한 푼도 지불한 적이 없다. 나는 이쯤에서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린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내 주는 나무인 바다.
오랫만에 놀러온 큰언니에게 전복을 회로 썰어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오늘도 아프리카 원주민들처럼 딱 먹을만큼만 잡아왔다. 4마리.
냉장고?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는 작다. 자연 냉장고에 싱싱하게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먹는데 정작 필요할 때 못 먹을수도 있다. 안 잡히는 건 내 뜻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