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으려던 들깨가 너무 웃자라서 포기하다가 7월 23일 동해에서 갖다 심었다.
남들이 "지금 심어도 돼?"할 정도로 늦은 거다.
결론은 남들보다 잘 됐다고 한다. 간격을 넓게 해서 심었더니 고투리도 크고 알고 굵다.
10월 8일 노랗게 탈색돼가는 들깨를 베었다. 남편은 낫으로 베고 나는 전지 가위로 꺾었다. 이 얼치기 농사꾼들은 낫도 하나밖에 없다. 앞으로 살 농기구들이 얼마나 많을까?
농사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서 햇볕이 좋을 때 베어 말려서 털어야 하는데 날씨가 좋을 때는 깨가 안 여물었고 다 여물어 베려고 하니 비가 온댄다.
이틀 잘 마르면 털 수 있으려나?
조금이라도 더 마르라고 땡볕에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건만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밑동을 자르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농사짓는 고모네 들르면 한 병씩 받아 먹던 들기름이 내가 고모한테 참 이쁨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깨를 심을 때도 땡볕이었고 우리야 약도 안치고 고랑에 풀도 안 맸지만 중간에 가꾸는 노력하며 땡볕에 머리숙여 베고 널어 말리고 거둬 털어서 또 다시 말리고...
그 수고로운 과정을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대신했으니...
얻어 먹는거나 사 먹는거나 한 병의 들기름을 먹으며 자연에, 농부에게 참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이파리 파란 것들은 따서 간장에 절였다. 철분 성분이 많다는 깻잎을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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