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 나는 날렵하게 운전을 잘 하는데 문제는 큰 차가 들어 올 수 없다는 거다.
우공이산이라고. 우공은 산을 옮겼는데 금 간 바위 좀 쪼아 내는 게 대수랴. 며칠 걸려 쪼아내면 되겠지.
그래서 도끼보다도 더 크고 무거운 햄머를 들고 슬슬 걸어 나왔다.
바위를 때려 보았다. 그래도 바위라고 금은 갔지만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몇 번 내리쳐 보다가 가늠해 봤더니 저번에 오빠가 확장을 해 주어서 길이 넓어졌으니 돌아가고 나서가 문제다.
핑계김에 포기하고 햄머 목을 바짝 죄어 쥐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남편이 포크레인을 끌고 온다.
오, 제법인데.
비싸게 주고 사서 세워 두기만 한다고 타박을 했더니 나 없는 사이에 연습을 좀 했나보다.
차가 교차할 수 있도록 흘러 내린 흙을 긁어 낸다.
흙속에서 도롱뇽도 나온다.
전에 내 엉덩이 굵기만한 칡을 캔 터라, 이 정도 칡은 뭐 가는 축.
남편은 생초보치고 이렇게 저렇게 바가지로 콘크리트를 긁어가며 일을 제법 잘 했다.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 잘하는 사람 멋있다고 추켜 세웠더니
포크레인 소리 때문에 안 들린댄다.
엄지척을 해 줬더니 활짝 웃는다.
애들이나, 어른이나 칭찬이 보약이구만.
윗집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
"우리 남편 멋진 모습 좀 보러 오세요."
했더니 부부가 와서 같이 일을 거든다.
같이 쓰는 길이라 당연히 같이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길이 이리도 넓어졌다. 흘러내린 흙을 치운 것 뿐인데. 콘크리트 포장이 다 드러났다.
모퉁이를 돌아서도 도랑을 채웠기에 길이 더 넓어져 흙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래를 보고 따 달랬더니 포크레인 바가지로 나무를 휘어잡아 좀 부러뜨리며 다래 덩굴을 끌어 내렸다. 설탕에 절여 물을 내서 고기 간할 때 넣어 연하게 해야겠다.
이건 하수오일까? 박주가리일까? 길옆에 자생하고 있는 것.
일을 잡으면 밥도 굶어 가며 일하다가도 안 하면 며칠씩 놀기만 하는 울 남편
오늘처럼만 멋진 남편이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