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에서 집들이를 해서 한잔씩을 걸치고는 집으로 돌아와
창고를 들어갔더니 건조기가 양쪽으로 돌고 있었다.
왼쪽을 열어보니 다 마른 대추가 들어 있길래
'으이구, 못살아,'
하면서 건조기 스위치를 하나 껐다.
농사용 건조기가 평상시의 10배가 나와서 신경이 쓰인다.
밭에서 베드 텃밭을 같이 만드는데
남편은 먼저 들어간다.
난 다 하고 괭이, 삽 등을 들고 창고에 들어와 정리를 해 놓고
집안으로 들어왔는데 불이 안 켜져 있다.
'이 남자 어디로 갔나.'
여기 저기 다 살펴 봐도 없다.
하기사 우리 집이 숨바꼭질하기 딱 알맞은 구조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 봤는데도 남편이 없다.
윗집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거기도 없댄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낮에 포크레인으로 도랑을 치던 게 생각나서 그쪽에 대서 소리를 질러 댔는대도 없다.
이 남자 술 마시고 어디 쓰러져 있는 건 아닌가?
이때껏 그런 적이 없는데.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다시 창고안을 샅샅이 뒤졌다.
툭툭.
건조기 쪽에서 소리가 난다.
아무도 없다.
다시 소리가 난다.
건조기가 고장 났나. 열풍에 툭툭 소리까지 나다니.
밖에서 위 아래 잠갔던 고리를 열어 보니
남편
그 안에 있었다.
왜 여기 있는데?
여기 왜 들어 갔는데?
이 남자,
자기도 모른댄다.
오늘쪽에 건조기가 돌고 있어서 왼쪽까지 열기가 옮겨 올테고 무엇보다도 밀폐되어 닫혀 있어서 큰일 날 뻔 했다.
누가 건조기에 들어가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해 봤느냐고.
이 남자 곶감이 되고 싶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