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가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과 약지, 소지 세 손가락이 뻗뻗함에 잠을 깬다.
특히 가운데손가락은 통증도 있다. 17년 전 자전거 사고로 팔이 부러지고 안경의 금속테에 눈밑이 찢기고 얼굴과 목이 콘크리트에 갈린 거에 비하면 손가락 마디 몇 바늘 꿰맨 건 사실 별 비중도 없었다.
하필 손가락의 관절 부위를 꿰맨 터라 몇 주 안 쓰고 물리치료도 제대로 안 한 것이 나이 들어 후유증이 나타난다.
오늘은 꼭 파라핀 물리치료기를 사리라 마음 먹으며 다시 잠을 청한다. 그리고 깨어나면 아침. 다시 일상에 움직이느라 파라핀 물리치료기는 인터넷 검색 조차 시도를 해 보지 않았다.
며칠전 화덕 피자집에 갔다가 실내 소품으로 구형 카메라를 전시해 놓은 걸 보았다. 벽의 선반에 놓여 진 금속성의 카메라는 세월의 때가 구석구석 끼어 있었다. 아마 작동도 안 되는 필름 카메라일거다.
그 때 화다닥 떠오른 내 오래된 Rollie 35SE 카메라.
80년대에 사우디에 가서 일 했던 형부가 사온 카메라였다. 뭐든 귀하던 시절이라 친구들 중 나만 갖고 있어 애지중지 했었다. 어느날 보니 플래시를 장착하는 금속이 휘어 있고 전용 플래시도 깨진 걸로 보아 누군가 떨어 뜨린 게 분명했다. 그리고 캡도 잃어 버렸고 필름은 감기가 되지 않고 렌즈도 잘 들어가지 않고...
결국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재작년 오빠네 집에 갔다가 서랍 구석에서 카메라를 발견하고 들고 왔다. 꼼꼼한 오빠는 내가 버린 것 마저 주워다 놓았나보다.
난 단지 그것이 20대의 내 생활사를 찍던 거라 손때묻은 것만으로 만족하며 내 서랍에 넣어 두었다. 작은 크기에 올망졸망 동글동글한 렌즈와 조리개, 셔터 스피드 등이 따로 따로 되어 있는 귀여운 카메라.
잠자던 카메라의 부활을 꿈꾸며 카메라 수리점에 맡겼다.
곰팡이를 닦아내고 무엇 무엇을 고쳤다고는 하나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카메라는 내 몸뚱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