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옥수수 농사로 박스값도 못 건져서
올해는 꽃농사를 해 보자 해서 시작한 카라 농사.
심어 놓고 아기 다루듯 들여다 보고 있는데
4월 태어난 이 누렁이 놈.
카라를 잔디밭으로 착각하는지
전력질주에 뒹구르기, 개풀 뜯어먹기 등
자기의 기량을 카라밭에서 펼친다.
오늘 우리의 주종목인 유색카라가 피었다니까
바지만 꿰고 헐레벌떡 나온 남편은
기량 펼치고 있는 누렁이에게 불호령을 하더니 멱살을 잡았다.
너 꼴 좋다. 내 양털장화 다 뜯어 놓더니.
개 줄에 매어진 누렁이.
며칠전 카라밭
카라 꽃대가 올라온다
시험삼아 일찍 심은 흰색은 이미 6개째 꽃을 피우고
아나벨 수국도 한창이다.
이름을 몰라서 큰노랑나리로 일단 불러주고
요놈은 점노랑나리로
한 포트 사온 초롱꽃이 거름이 좋은지 식구를 늘려가며 꽃을 피우고
내버렸다가 다시 주워 심은 키만 무성하게 자라는 노랑 다알리아가 개화시작
네 이름이 뭐니?
물었더니 초롱꽃같이 생겼지 않나요? 한다.
초롱꽃은 이미 이름이 있으니 넌 다른 이름으로 지어주마.
줄줄이 초롱꽃 어떠니?
노랑000
5년전 삽목한 수국이 튼실하게 꽃대를 올린다.
이런 건 촌에 살면서 덤으로 얻는 기쁨.
약을 안치면 먹을 게 없다는 동네 사람들 말을 싹 무시하며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걍 냅둬 농법으로 놔뒀더니 벌레 먹어 바닥에 떨어진 것은 별로 되지 않고
그래도 신물, 단물 흘리며 내 입속으로 들어온다.
한 바구니 따서 이웃과 나눠먹고,
도시 친구에게 좀 보내고...
주말이라 남들은 여행계획을 짜겠지만
난 또 호미를 들고 종종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