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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심술마녀

햇살가득한 2005. 9. 13. 22:07
심술쟁이?

어제의 심정에 비하면 이건 너무 약한 표현이다.

그래 심술마녀가 차라리 낫겠다.

결혼도 안하고 동갑내기인데다 늦게 시작한 교직생활 등등 공통점이 많은 박쌤이 있다.

(차이점을 들자면 얼굴은 나보다 쪼매 더 예쁘게 생겼다는 것.)

어쨌든

요즘 각 반에 환경 꾸미기가 한창인지라 뭐 도와줄거라도 있을까싶어 박쌤 반에 가서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막 나오는데 복도에서

하얀 드레스셔츠를 입고 까만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박쌤을 보더니

미소를 담뿍 담으며 아는체를 한다.

삐리리~~

이미 나는 여자만의 그 강한 육감을 온 몸으로 느꼈다.

'나 모르는 새에 남자가 학교에까지 찾아 올 정도로 사귀고 있었구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작년이었던가.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남자가 결혼 하는 게 충격이더니,

그저께는 그 남자가 아빠가 되었다는 소식에 또 가벼운 놀람.

아이구, 이젠 의지하던 박쌤까지 올 봄이나 가을에 가 버리겠구나.

목사님이라구?

잘 됐네. 영적으로 서로 통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밝고 말쑥한 차림새의 남자와 감각이 있는 박쌤은 꽤나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 거 같은 그림도 언뜻 그려졌다.

내가 너무 오버하고 있는 걸까?

잘됐다고 하면서도 혼자 남게 된다는 그 쓸쓸함으로 마음 한 구석이 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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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탁한 거를 찾으러 갔다는 것은 둘째 였고 사실은 궁금해서

"어제 누구야?"

했더니

"목사님~"

"목사님이 웬 학교까지?"

"기도해 주시다가 오셨대. 내가 요즘 좀 힘들잖아."

"총각?"

"아~니, 애가 둘이야. 핸썸하지? 나랑 동갑이다."

한다.

피유~~~

거의 100%에 가깝게 들어 맞는 나의 예감이 오늘은 완전히 꽝이다.

근데 말이다. 왜 자꾸 웃음이 나는 걸까?

그래, 나는 심술 마녀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