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소주의 행로

햇살가득한 2005. 9. 13. 23:12
Re. 소주의 행로
번호 : 3356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107   스크랩 : 0   날짜 : 2004.09.06 19:37
연두색 소주병에서
딸깍딸깍
나온 액체가
유리잔 가득히 고인다.

액체는 다른 잔과의 부딪침으로
자신의 일과를 시작한다.

입안으로 부어진 액체는
목구멍으로 달음질쳐
가슴에 이르러서는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액체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또한 눈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녀석은 온몸 구석구석을 쑤시고 다니며
흐물렁흐물렁 주물러 놓는다.
혀를 동그랗게 말아 놓기도 하고
수족관의 광어를 입으로 불어 뒤집기를 시키기도 한다.

머리로 올라 가기전
눈꺼풀을 아래로 잡아 당겨 놓고는
녀석은 잠시 쉬는 척 한다.

그러나 녀석은
밤새 머리를 쫗고 있었다.
돌덩이를 정으로 쫗듯.

해가 중천에 뜨면
녀석은 마지막 발악을 한다.
이젠 물러갈테니
제발
냉수 몇 사발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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