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찹쌀죽을 먹으며

햇살가득한 2007. 2. 26. 23:37
찹쌀죽을 먹으며
번호 : 1407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91   스크랩 : 0   날짜 : 2004.10.10 22:19
참 많은 걸 집어 넣었다.

피자를 먹고는 김치가 땡겼고

혀가 얼얼 하도록 낙지 볶음을 먹었었고

그리고 맛있다고 과식을 하고

거기다 어쩌다가 알콜로 위를 절이기도 했었다.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작은 창자는 온갖 독소를 내뿜었고

얼굴엔 뾰루지가 생겼다.


압력솥에 찹쌀을 넣고 물을 넉넉히 하여 죽을 끓였다.

젓가락도 잡을 필요 없이 죽을 떠 먹는다.

찹쌀죽이 목구멍에 착 달라붙어 훑으며 내려 간다.

김치 한 쪽이 먹고 싶어서 반찬 뚜껑을 열었다가 냄새만 맡고 다시 덮는다.

가스차던 배가 가라앉는다.

얼굴의 뾰루지도 다 사라졌다.

속이 편안하다.

마음 또한 산속의 풍경소리처럼 고요하다.

매 끼마다 갈등을 한다.

김치 한 쪽이 먹고 싶어서. 짭쪼롬한 소금 한 톨이 그리워서.

이틀을 죽을 먹고 오늘 보통 밥에 오이소박이를 조금 베어 물었다.

잠자던 어금이가 화들짝 놀라 시큰 거린다.

내친김에 짭쪼롬한 조기도 한 마리 구워 먹었다.

뱃속이 요동친다.

고요했던 배가 다시 들고 일어난다.

난 산속의 풍경소리처럼 살 수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