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하면 치악산과 옻나무가 떠오른다.
옻칠을 한 반찬그릇 네 개와 수저 한 세트를 사들고 와서
꺼내보고 또 꺼내보고 하였다.
옻칠한 그릇은 비실용적이다.
설거지도 보드라운 스폰지 수세미로 해야 하고
그릇도 같은 나무 그릇을 써야지
숟가락으로 스텐이나 도자기 그릇의 밥을 먹었다간 다 긁힌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옻칠한 나무가 좋다.
옻칠이 방부제 역할을 한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자연적인 것을 좋아하다보니 조심스럽게 대해줘야 하는 것 쯤은 감수한다.
선반 맨 위쪽에 두고 어쩌다가 꺼내 음식을 차리지만 -주로 푸짐한 비빔밥-
그릇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을 가게되면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 다니고 싶다.
깔끔을 떨거나 결벽증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나무 젓가락을 쭉 갈라
성의없이 밥을 떠 넣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스텐으로 된 차가운 수저를 꺼내는 것 보다
좀 까탈스럽지만 까만 색이 도는 수저를 꺼낸다면 운치가 있을 것만 같다.
아는 분이 천연염색한 천을 주셨을 때
단 1센티라도 아껴쓰려 하면서도
정작 나를 위해 만든건 소품 하나가 고작이다.
똑딱단추를 손바느질로 야물지게 꿰매며
받을 사람을 생각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모양새를 낸다고 천을 오려 붙였는데 비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