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꿰매고

수저네 집

햇살가득한 2008. 1. 13. 01:39

 

강원도 원주하면 치악산과 옻나무가 떠오른다.

옻칠을 한 반찬그릇 네 개와 수저 한 세트를 사들고 와서

꺼내보고 또 꺼내보고 하였다.

옻칠한 그릇은 비실용적이다.

설거지도 보드라운 스폰지 수세미로 해야 하고

그릇도 같은 나무 그릇을 써야지

숟가락으로 스텐이나 도자기 그릇의 밥을 먹었다간 다 긁힌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옻칠한 나무가 좋다.

옻칠이 방부제 역할을 한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자연적인 것을 좋아하다보니 조심스럽게 대해줘야 하는 것 쯤은 감수한다. 

선반 맨 위쪽에 두고 어쩌다가 꺼내 음식을 차리지만 -주로 푸짐한 비빔밥-

그릇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을 가게되면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 다니고 싶다.

깔끔을 떨거나 결벽증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나무 젓가락을 쭉 갈라

성의없이 밥을 떠 넣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스텐으로 된 차가운 수저를 꺼내는 것 보다

좀 까탈스럽지만 까만 색이 도는 수저를 꺼낸다면 운치가 있을 것만 같다.

아는 분이 천연염색한 천을 주셨을 때

단 1센티라도 아껴쓰려 하면서도

정작 나를 위해 만든건 소품 하나가 고작이다.  

똑딱단추를 손바느질로 야물지게 꿰매며

받을 사람을 생각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모양새를 낸다고 천을 오려 붙였는데 비뚤어졌다.)

 

 

 

  

 

'일상 > 꿰매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포를 만들다  (0) 2008.05.05
찻잔 받침  (0) 2008.04.20
다탁보  (0) 2007.04.18
아이 옷  (0) 2007.04.11
소풍가고 싶다  (0) 2007.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