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다보면 작은 쌀됫박으로 밥을 해도 세끼를 해결하고도 남아서 버릴 때가 있다.
반찬만해도 그렇다.
뭘 조금만 해도 남아서 버리기 일쑤이고
파는 것은 왜 다 묶어서 파는지.
천원에 세 개씩하는 오이도 한 개만 팔았으면 하는 때가 있고
특히 택배로 뭘 받아서 먹기란 더더욱 어렵다.
또한 냉장고에서 김치냉장고, 와인 냉장고, 화장품 냉장고...
종류도 점점 다양화되어 시판되는데
냉장고를 볼 때마다 나는
전자제품회사의 상술에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회사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할 테고
소비자는 바쁘다는 일상으로 장을 한꺼번에 봐 와서는 냉장고에 쟁여 넣는다.
그리고는 냉장고 비우기 작전에 돌입한다.
도시의 사람들은 이렇게 채워넣고 비우고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여러가지 구색을 갖춘 마트가 주변에 흔하게 있는데 굳이 한꺼번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습관은 뭘까?
더군다나 대형마트는 덤이라는 것도 없고 포장 단위도 큰데 말이다.
촌으로 이사를 하면서 모터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구형 냉장고를 버리고 왔다.
냉장고를 사지 말까 하는 생각마저 했었다.
엄마를 사 드렸던 위에서 꺼내야 하는 김치냉장고를 결국엔 들여 놓고 말았는데
우리집에 온 사람들 냉장고 사라고 한마디씩 한다.
꺼내기 불편하다는 게 그 이유.
많이 쟁여 넣지도 않고 약간의 불편할 뿐인데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참지 못한다.
그러면서 전자제품을 사기위해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생각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자연식 냉장고.
뒤란이 언덕이 있다면 굴을 하나 파서 냉장고를 만들 생각이다.
(이건 다른 집으로 가면 실천할 일이고.)
또 다른 방법은 텃밭에서 열매를 조금씩 따다 먹는 것이다.
좀 넉넉하게 심어서 이웃을 나눠줘도 좋겠지만
식구가 먹을 양만큼만 심어서 한끼 분량만큼만 취해서 먹으면 되는 것이다.
식품이라는 것이 오래 숙성시켜서 좋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능한 빨리 먹는 것이 맛과 영양을 지키는 것이다.
또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쌀을 씻은 뒤 현관문을 열고 나가 대 여섯 고투리를 따 가지고 와
밥에 넣어 먹는 자줏빛이 나는 울타리콩
반찬을 만들 때 대파를 한 개 뽑아와 송송 썰어 넣기도 하고
하루에 한개씩 먹어도 남을 만큼의 토마토
두 개만 심은 게 다행이다 싶은 방울토마토
서너 개 씩 따 먹는 딸기
한끼 밥상에 세 개 정도 따서 올리면 딱인 4포기 심은 고추
뭐 먹을게 없을까 하면서 이파리를 들추면 가지가 기다려 주고
봄에 더덕구이 해 먹다 남은 거 보관하려고 땅에 묻어 뒀더니 싹이 나서 신나게 올라가는 더덕
단호박
한 포기 심었는데도 미처 따 먹지 못한 오이
작년에 한꺼번에 여물어 버리는 바람에 세 차례에 나누어 심은 옥수수
모기의 침에 고통스럽지만 땅속에 뿌리를 묻어두니 알아서 잘 크고 있는 고구마
가을을 기약하는 이천원어치 사다심은 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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