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의 마음을 표현하자면 이렇지요.
어제 방학을 하면서 직원들이랑 여행을 갔습니다.
고향길을 지나길래 마을에 얽힌 전설 얘기도 곁들이며 재미있게 고성에 도착.
통일전망대, 김일성, 이승만... 별장을 휘 둘러보고 바다로 갔지요.
넘실대는 바다가 창밖으로 들어오지만,
바다야, 기다려라.
이 언니. 일단 회를 좀 먹고 너를 보러 갈지니...
모래사장을 달려갔습니다.
양말을 벗어 등산화에 한짝씩 고이고이 넣어 놓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은 채.
바지도 동동 걷어 올리고 바닷물에 들어가니
파도가 밀려 오다가 하얀 포말이 발등을 핥네요.
주변 사람들 사진을 찍어 주고...
아, 근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남 쌤이 물로 미는 겁니다.
여쌤이랑 부딪히며 넘어졌는데
내. 카.메.라.
일어나서 추스려 모래사장으로 나오고보니
안경이 없네요.
바다가 삼켜 버린거지요.
식당으로 돌아와 민물에 카메라를 헹궜고
오늘 택배로 서울로 부쳤습니다.
뵈지 않는 눈으로 여행지마다 따라 다니긴 했는데.
정말 우울합니다.
거기다가 젖은 카메라 케이스를 비닐에 넣고 둘둘 말아 의자 뒤 망에 넣어 뒀더니
깔끔한 기사님, 쓰레기인줄 알고 버렸다네요.
이마에 혹 난 거랑, 부딪히며 안경이 긁힌 얼굴 자국은 뭐 사실 대수롭지도 않아요.
카메라.
무겁지만 항상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순간순간을 찍던 거였는데.
나를 빠뜨린 남 쌤,
뭐 보상을 해 주겠다고 하는데도
기분이 영 회복되지 않네요.
안경은 오면서 하나 해서 걸치고...
카메라의 회생을 기다리긴 하지만
한번 건강을 잃은 몸.
완전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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