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
걸으려면 운동화부터 준비해라?
속담을 이렇게 꿰 맞춰도 되는지 모르겠다.
등산화를 신고 몇 번 도보에 따라 가 봤지만
철갑을 신은 듯 무겁고 무쇠솥에 담근 듯 발은 푹푹 쪘었다.
이참에 운동화를 하나 준비하는 거야.
몇 번 망설이던 운동화를 하나 준비하고
또 방에서 신고 다닌다.
모란역에서 만나 차를 상품초교에 세워두고 걷기 시작.
햇빛이 먼 산등성이를 가려주고 X 자가 교차하는 오르막을 올랐다.
조금만 지나면 사람이 그리운 개가 반가움을 울음처럼 표현할 것이다.
마음은 부자님이 밥과 국, 고등어를 졸여 놓으셨다.
거기다가 한 가지씩 준비한 반찬을 올려 놓으니 진수성찬이 되었다.
덕분에 따뜻한 밥과 반찬에 숭늉까지 곁들이니 궁뎅이가 안 떨어진다.
내가 발견한 예쁜 길이기에 사탕 아껴 빨아 먹듯 아끼는 길인데
이제는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길이 되어 버렸다.
여름에 멱감던 애들은 사라지고
얼음이 하얗게 얼었다.
자연은 또 이런 무늬도 만들어 놓고 자랑하듯 내 시선을 붙잡는다.
얼음에도 숨구멍이라는 게 있다.
시골 개울가에서 자란 나는 얼음이 숨을 쉬느라
고요한 밤이면 꽝꽝대며 얼음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얼음은 숨구멍을 통해 얼음 밑의 고기들과 동물들의 샘이 되어 줄 것이다.
동백꽃 봉오리가 터질듯 부풀어 있었다.
이른 봄, 봄 바람이 불면 노랗게 피어나는 생강나무라는 이 꽃은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그 동백꽃이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않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밤을 주워 개를 끓여 준다던 동글돌글한 할머니는 군불을 지피고 계신가보다.
봄바람 불어 동백꽃이 필 즈음이면 또 이파리 뾰족뾰족 나오는 나무, 땅에 눈을 박으며 또 하품리를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