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공룡 책 사줘. 공룡 우산, 공룡 팬티, 공룡 양말, 공룡....
6살 된 손주 조카는 공룡에 대한 애정이 너무 깊어 온통 공룡타령이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의 다수가 공룡에 관한 거고
도서관에 가서도 기막히게 공룡에 관한 책만 골라 온다.
책에 공룡이 손톱만한 게 들어 있어도 잘 찾아 오는 게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공룡 우산은 자기 엄마가 인터넷을 뒤져 겨우 주문을 했고
주문한 우산이 오자 눈이 빠지게 비가 오기를 기다려
결국엔 베란다에서 비를 뿌려주는 일까지 생기기도 했다.
며칠 전 상점의 손님끌기 이벤트 행사에서 공룡 옷을 입은 남자가 전단지를 나눠주는 걸 보고
덩달아 공룡에 빠지게 된 내가 손주 조카 놈에게 공룡옷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조카네에 연두색 천이 넉넉하게 있어서 공룡 만들기에 들어갔다.
뭐 두어 시간이면 될 줄 알았다.
저녁 다섯 시 쯤 시작한 공룡 옷 만들기.
옷 본이 없으니 옷을 대고 그리는 데 신문지라도 있으면 옷본을 뜨련만 그것마저도 없다.
옷을 만들 때 주먹구구로 하면 더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도 대충 선을 긋고 자르고 한다.
쉬다 만들다 하긴 했지만 새벽 2시까지 지퍼 달기까지 완성.
허리는 아프고 인내심 테스트.
동생을 자기 사랑을 뺏어간 응징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녀석에게
동생과의 동질감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동생 것도 하나 만들어 줄까 했는데
포기, 포기. 아예 맘에 두지도 말아야지. 이러다 내가 병 나겠다.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어린이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얀 이빨과 노란 등 갈기(?)를 마저 달고 완성.
(이빨까지 단 앞 모습)
(갈기와 꼬리를 단 뒷모습)
어린이날에 공룡옷을 입고 뛰어다닐 녀석 생각에 내 맘이 설레어 들고 갔다.
에고 이런, 아직 한글에 관심이 없는 녀석 관심좀 가져 보라고 카드를 썼음 좋았을 것을.
어린이날 선물이다
공원에서 녀석은 공룡춤도 추고
질질 끌리는 꼬리를 소중하게 들고 다니기도 하고
아빠 공룡의 힘을 빌어 나무에도 올랐다.
스테고 사우르스? 난 듣고도 뭔 사우르스인지도 모르겠는데
녀석은 초식공룡 흉내를 내며 이파리를 뜯어 먹는 시늉을 하고 우리에게 던지기도 한다.
자기보다 약한 어린 공룡(아이들)에게 손톱을 세우며 으앙! 하고 위협도 하면서...
공원에서 묻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잔디밭을 맘껏 뛰어 놀던 아기공룡 윤하는
통 집에 돌아갈 생각도 않는다.
겨우 꾀여서 집에 돌아 왔더니
아직도 녀석의 열은 내리지 않았다. 약 먹이기에 애를 먹이는 녀석은
결국엔 약은 애 아빠가, 씻기기는 애 엄마가 분담을 하고는
다른 방에 가서 약을 먹이는데
내가 누구냐, 애들 꼬시기에 준 달인 쯤 되기에
먹을 거라면 입맛을 다시며 달려드는 8달 된 둘째 녀석을 큰 수건에 태워 끌어 주면서 약 다 먹으면 태워 준다고 했더니 그 바람에 약을 다 먹었다.
동생과도 잘 지내게 할 요량으로 둘을 함께 태웠더니 내 속셈도 모르고 녀석은 마냥 신나해 한다.
애 엄마는 일년에 어린이날 두 번이 있으면 큰일 나겠다고 피곤해 하면서 갔지만
난 녀석에게 내일 또 만나자고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