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비 개인 오후

햇살가득한 2010. 5. 25. 22:07

그런 거 왜 있잖아.

앞에서는 온갖 이뻐 보이려 하고 뒤에서는 본성 드러내는 거.

오늘 옆반 선생 공개 수업이 있었다네.

뭐 그 선생을 흠잡으려고 하는 건 아닐세.

안정된 목소리와 짜임새 있는 수업, 그리고 무엇보다도 40분 수업을 위해 몇일을 매달렸을 노고가 보이는 작품(?)이었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교원평가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4번의 수업공개.

그건 가르치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수업을 위한 수업이 되고 있다는 씁쓸함이 컸다네.  

 

퇴근 무렵엔 비가 그치기 시작하더니 햇살이 비췄다네.

미처 빗방울을 말리지 못한 나뭇잎 생각이 나서 남한산성으로 차를 몰았지.

3개월을 쉬다가 어제부터 출근한 나는 그냥 평상시의 수업을 보여 주리라고 생각했는데

당장 나도 짜맞추기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게 영 맘이 편치 않아.  

전선줄 묶어 놓은 듯 꼬불꼬불한 길도 썩 낭만적이지는 않았다네.

차를 일부러 아래 세워두고 비 온 축축한 길을 걸어 올라 갔지.

배고픈 아기가 엄마 젖 빨 듯

연두색 이파리들이 빗물을 잔뜩 빨아 먹고 있었다네.  

 

 

 

  

 

내려 오는 길에서는

햇빛이 빗물을 빨아 먹고 있었다네. 

빗물과 햇살이 만나는 고요한 저녁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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