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몇 억이 들고 또 그걸 벌기 위해 10년을 모아야 한다는 건 큰 문제다.
전원주택 까페에 자기네 집 외관을 찍어 올려 놨는데 마당만 400평이고 거기에는 잔디가 방금 이발한 스포츠 머리 모양으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댓글에는 부럽다는 말들이 줄줄이 엮여졌는데 땅 값만 4억이 드는 그 전원주택이 부럽다기 보다 10평 집 지을 공간도 없어서 몇 년째 인터넷과 발품을 팔고 있는 내게는 사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버리기.
최소한의 살림도구와 꼭 필요한 책을 갖고 산다면 15평 집이면 족하다. 친구들이 오면 차를 마실 공간인 넓은 거실 한 칸과 그 거실에 한쪽 벽을 이용한 주방, 화장실 한칸, 그리고 방 한 칸이면 족할 듯 하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방 한 칸 위에 다락방을 만들어 책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데 이제 땅은 단순히 농작물을 키우고 집을 짓는 공간이 아닌 흙에 십만원짜리 지폐를 깔아 놓아서 그 위에 집을 짓기가 힘들어졌다.
얼마전 파주에 29평 땅이 나와서 부랴부랴 다녀왔다. 용적율 100%에 건폐율 40%. 이 정도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6평짜리 농막이라도 지을 수 있겠다 싶었다. 원룸형에 다락을 올리면 제법 쓸만한 공간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땅은 최소한 적게 소유하고 싶은 나의 바람을 비웃듯 길쭉하고 경사면이어서 쓸모 없는 땅이었던 거였다.
파주에서 요양차 기거했던 집에서 몇 개 안 되는 짐을 싸는데 마음이 씁쓸했다. 도대체 내가 눌러 살 곳은 어디일까? 억대의 땅을 깔고 앉아 살 것이 아닌 적게 소유하고 적게 버리면서도 마음만은 자유로운 곳.
(남양주 정약용 옛집)
무더운 여름날. 툇마루에서 오이 냉국 풀어 시원하게 들이켜고 낮잠을 자는 것도 좋겠다.
불 때는 아궁이를 연기가 나지않는 벽난로로 만들고 공간을 넓혀 거실로 쓰면 좋을 것 같다.
방은 침실 용도로 쓰일 수 있게 이불 정도만 넣었으면 좋겠고
방과 연결된 그러니까 불 때는 거실 윗층에는 다락방을 만들어 서재로 쓰면 좋겠고
이따금씩 구름이 흘러 가는 걸 볼 수도 있겠다.
집의 크기가 사람의 크기를 가늠해서는 안 되고
집을 어깨에 지고 살아서도 아니되며
집은 공간과 더불어 누리다가 세월처럼 같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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