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김 훈
책을 잡았다 놓았다 몇번에 걸쳐 읽기를 완성한 책
1636년(인조 14년) 12월 16일부터 1월 30일까지 40여일간 남한산성에서의 애를 끊어내는 진퇴양난 속에서 보낸 기록.
소설가이기전에 기자였던 김훈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직설적이어서 그 뜻을 이해하느라 줄에서 생각이 벗어나지 않아서 좋다.
얼마전 죽은 줄 알았던 대학 동기를 20여년만에 만난 또다른 동기가 직설적으로 뭘 하며 지냈는지 물었을 때처럼 말이다. 그가 부모와 연을 끊고 노숙자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도 그의 입장에서 불편해 할까봐 망설인다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어봄으로써 솔직하고 동정이 아닌 진심어린 관심이었음을 알고는 대화법은 이래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김훈의 문장은 그런 투였다.
누구는 '남한산성'을 읽다가 40여일간 성안에서의 지지부진한 게 답답해서 책을 접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나 또한 진도가 더 나가지 않아서 접어 두었다가 어느날 김훈 작가가 티비에서 책 남한산성에 관한 얘길 하길래 다시 책을 들었었고 이내 내려 놓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남한산성 체험학습을 가서 해설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는 서흔남-소설에서는 서날쇠-에도 매료되고 온조왕의 사당인 숭렬전 이야기, 이회장군의 영정이 있는 청량당 등의 전설을 듣고는 책 남한산성을 다시 잡았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재미있어 한다. 서흔남 얘기를 들려 줬더니 깔깔거리며 웃는
데 그 웃음 속에 서흔남의 애국의 마음이 조금 녹아 들었으면 싶다.
칸은 명을 치고 두만강을 넘어 조선으로 온다. 이미 강화도를 점령하고 왕세자를 볼모로 삼았고 한강을 건너 남한산성까지 당도한다. 이에 화친을 주장하는 척화파 최명길이 있었고 "화친을 배척한 신하를 우리가 다스리도록 결재해 달라."는 내용의 국서를 들고 오랑캐 진영에 들어가나 국서를 돌려주며 "그대 나라가 답한 것은 황제의 글 내용과 달라 받지 않는다." 하여 윤집과 오달제가 오랑캐의 칼날을 받겠다고 하며 청나라 진영에 간다.
나라가 있으되 종이 껍데기와 같으니 오랑캐의 입맛에 맞게 맞춰줘야 하는 조선은 자존심이 발로 비벼 눌러 꺼야 하는 담배꽁초와 다른 바가 없다.
구겨진 자존심으로 책을 덮으며 다음 읽을 책 김훈의 '칼의 노래'에 시선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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