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13일만의 귀가 1

햇살가득한 2012. 8. 11. 23:21

방학이 되어 여러 가지 계획들이 있었지만 잔 가지들을 쳐 내기로 했다.

2월말 약속한 손주 조카에게 경북 영양엘 데려 간다는 약속을 지켜야겠고,

그러면 진도에서 부산까지 보름동안의 장기 도보를 못 가거나 일부만 걸어야 하고,

그리고 연수를 단 한 시간도 받지 않아서 연수를 받아야 할 것도 같았고,  노는 틈틈이 동화책 50권은 읽어야겠고....

손주조카가 영양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영양은 가지 않고 장기 도보를 갈 생각이었는데 영양 때문에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는 안 갈 수가 없었다.

8살인 녀석은 엄마 아빠, 두 동생을 떨어져 내 차로 옮겨 탔다. 아마 태어나고 처음 긴 시간동안 집과 부모를 떨어져 생활하는 건데 평상시 녀석이 동생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거나 엄마의 야단치는 소리와 매를 보건데 집 생각을 별로 안 할 것 같았다.

나는 도시에서 못 보던 것과 아이 셋에 치여 집 밖을 제대로 못 다녔을 아이 엄마인 조카 입장을 생각해 많이 체험하게 하려고 뜨거운 날 영양의 8살인 해담이와 녀석을 차에 태우고 물로 들로 다녔다.

물놀이, 다슬기 잡기, 어항 만들어서 가재와 물고기 잡기, 밤에 별보며 산책하기, 도서관 가서 책 읽기 등.  

 

 

 

 

 

 

 

 

 

녀석은 물 만난 오리 같았다.

 

해담이가 우아한 백조의 모습이라면

윤하는 더펄더펄하는 오리의 모습?

아빠랑 물놀이 나온 2 명의 아이들과도 다슬기를 잡느라 집중을 해 보는데

윤하는 다슬기를 잡지도 못한다.

 

 

녀석들은 처음에는 얕은 물에서만 놀더니 서서히 깊은 물에도 들어가고

두 녀석이 한 번씩 튜브가 뒤집혀 물을 먹기도 했다.

나는 그늘에 앉아 녀석들이 물에 빠질까봐 잠시 눈을 떼지도 못하고 감시하며

라면을 끓여주고 땅을 파고 똥도 뉘어 주고... 두 녀석 다 변기에 앉아서만 똥을 싸 본지라 처음엔 싫다고 하더니 어쩔겨? 그렇다고 바지에 싸지는 못하겠고. 하여튼 닥치면 다 한다. 나 또한 기저귀 한 번 갈아본적 없지만 닥치니 애들 먹이고, 뉘이고, 씻기고 다 한다.

둘이서 신문지를 둘둘 말아 테이프로 칼을 만들어 주면 칼 싸움도 하고

 

 

 

침대 밑에 숨은 걸 뻔히 아는데도 모르는 척

낚시질 권법이니

찌르기 권법이니 하면서 침대 밑을 찌르면

웃음도 잘 참아가며 꼭꼭 숨어 있곤 했다.

나는 주로 빨래가 널려 있는 곳에 가서 빨래처럼 같이 널부러져 있거나 

벽에 기대 놓은 밥상 뒤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앞을 왔다갔다 지나치면서 한참을  찾아 다녔다. 

  

 

 

이탈리아 인형극 "풀네치아"도 보고

인형극 하는 이탈리아 아줌마랑 점심도 같이 먹었다.

 

자기네 엄마를 만나기 이틀전에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울기도 하더니 

다음엔 내가 모르는 척 했더니 내 손을 끌어다 지 눈물을 닦는다. 

안동에서 자기네 가족들을 만나니 반가워 뛰어간다. 

녀석이 그동안 경쟁 상대로만 여기던 동생도 6일동안의 떨어져 있음으로 해서 좀 더 잘 해 주고

이모할머니와 해담이와의 영양에서의 놀이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해담이는 내년엔 우리집에 놀러 온다는데 내년엔 방학 동안에 두 놈을 다 불러서 재밌게 자연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그럴 자연의 집을 얼른 마련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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