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음가는대로(여행)

분천 겨울 여행

햇살가득한 2017. 1. 23. 23:30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좋아서 아직 결혼을 못한 친구가 있다.

먹는 것이나 심지어 잠자리 조차도 니 것 내 것 구분이 없는 듯도 하고

"칭구야,~"

하는 휴대폰 벨소리가 자주 울리는 이 친구는 혼자 뭘 하는 적이 없고 친구들이랑 늘 작당을 하여 시끌벅적하게 움직이곤 한다. 

경상도 봉화의 분천 산타마을을 간다고 해서 전전날 눈도 오고 새벽 기차를 타야 해서 친구네 집에 모여 하룻밤을 잤다. 

고구마를 찌고, 맞춘 김밥을 찾고 뜨거운 물을 담고 하여 동해역에 도착하였다.

6시 58분 안동발 기차다.

저 쪽 컴컴한 집 뒤 너머 동쪽 바다속에서 뻘겋게 해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밤새 불을 켰을 가로등이 아직 환하다. 눈에 덮힌 지붕들 아래서 단잠에서 일어날 사람들을 생각한다. 


간만에 바지런을 떤 이 친구들은 김밥을 까 먹으며 여흥에 젖어 있다.

이십대의 자식들을 둔 이 중년의 부부들은 주위는 아랑곳없이 떠드는 것이 내가 딱 싫어하는 전형적인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을 닮아 있었다.  


좀 걷는다는 일행은 승부역에서 내리고 걷는 폼만 내자는 나를 포함한 5명은 양원 역에서 내렸다. 지난주 화천 산천어 축제를 갔다가 추위에 체한 적이 있어서 조금만 걷기로 했다.



오랫만에 겨울 산을 걸으니 준비를 하는 감각도 떨어진다. 시린 발에 핫백을 얻어서 붙이고 비닐로 발을 감싼 뒤 걸었더니 훨씬 수월하다. 한 잔 들어간 이 친구는 늘 유쾌하다.



산타마을의 간이 집은 좀 두껍게 해서 겨울에 난로를 놓아도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도 마련되고 친구도 있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단지 이대로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

인생 뭐 있어? 매 순간 즐겁게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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