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러시아인들 세 쌍의 부부가 왔다. 나도 영어가 짧긴 하지만 이 친구들 강릉역에 밤 9시가 넘어 도착해서 배고프냐고 물었더니 그 말을 못 알아 듣는다. 이 난감함이란...언어는 한 쪽이라도 되면 이해도가 훨씬 높은데.
6명이라 남편이 3명을 태우고-공교롭게도 여자만-아파트 앞에 세워서 내리라고 했더니 안 내리더란다. 어디 팔려 가는 줄 알고. 나는 남편들 3명을 택시를 한참 기다려 타고 가느라 늦었더니.
(인천공항, 교포분이 마중나감)
(강릉역)
18일은 용평 스키장에 안내할겸 남편과 같이 갔다. 셔틀 버스를 갈아타며 그들 5명을 입장하는 곳까지 바래다 주고 세계음식 대전에서 아점을 사 먹고(러시아인들 일
찍 데리고 나오느라 아침밥도 못 먹었음) 구경 좀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큰 마켓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더니 그것도 나중에 가겠다고 하고, 정선에는 차를 여러번 갈아타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 기차를 탄 뒤 셔틀로 갈아타라고 얘길 했더니 셔틀을 타고 간다고 해서 통역을 하는 사람에게 다시 설명했더니 그래도 셔틀을 타고 간댄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물을 말리느라 설치해 놨던 나무를 떼어 이렇게 깃발을 달아 놓았다.
22일은 마지막 밤이라 배웅을 몇 시에 하면 좋을지 얼굴을 보며 얘기하려고 아파트로 갔다. 라면을 끓이고 있다. 그중 한 명은 라면에 불고기 양념을 쳐서 먹는다. 거기다가 김치는 어디서 구했는지 그것도 함께.
내가 이들이 오기전에 냉장고 청소를 정말로 깨끗하게 (몇시간 걸쳐서) 하고 음식물을 사다 넣으면서 김치는 냄새조차 싫어할 거라며 갖다 놓지 않았다. 가는 날 김지볶음밥을 해다 주면 어떻겠냐니깐 남편 오지랍이라며 제발 그러지 말란다.
맥주를 마시길래 치킨에 맥주하면 아주 맛있다고 하니까 자기도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매운 것도 좋아하길래 한국의 그 맛있는 양념치킨을 하나 사줄까 했더니 괜찮단다. 그래도 사줬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지금도 자꾸 든다. 김치도 진작에 물어볼걸.
홈스테이 손님을 받는 건 돈도 돈이지만 그들과 좀 친해 보려는, 낯선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내 성격이 한 몫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참 재미있는데. 이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아니 말보다는 자기네 6명이 모여 있고 나는 별로 말을 섞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릉에서 유명한 곳 소개를 시켜 주고 싶어도, 맛있는 음식을 알려 주고 싶었는데 별로 반응들이 없다. 라면에 불고기양념 섞어 먹는 사람은 호기심이 나랑 비슷하던데.
그들이 불편해 할까봐 침대를 사줄수는 없고 최대한 크고 두꺼운 매트를 샀다. 첫날 이들을 데리고 아파트를 갔더니 매트 2개를 쌓아 앉길래 다음날 남편에게 지청구를 들어가며 쇼파를 갖다 줬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 내가 바느질해서 만든 책갈피를 여자들 3명에게 주었다.
떠나는 날은 차량 2부제에 걸리는 날이라 일찍 태워다 주고 빨리 강릉시내를 빠져 나와야 했다. 처음 맞이할 때와는 달리 남편 트럭(낡고 지저분한)에도 2명을 태워서 한꺼번에 배웅을 하였다. 남편이 농부라 트럭이 더럽다고 했는데 그 말뜻을 이해 못한다.
하여튼 블라디보스톡에서 온 손님들을 역 앞에 내려 주었다. '출근'이라는 단어를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보여주었더니 그들이 이해를 한다. 나도 출근을 해야 해서 그냥 택시 2대를 불러서 태워보낼까도 생각했었는데 이들을 보기 전에 중간역할을 하는 교포에게 마중과 배웅은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횡단보도쪽으로 걸어가는 그들 뒷모습을 보면서도 내내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치킨도 그렇고 김치도 그렇고, 또 같이 유명한 데 데리고 다니지 못한것도. 사실 연차를 하루 내고서라도 같이 갈려고 했었다.
내게 러시아인들을 접하는 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동해에서 출발하는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갈까?
(그들이 떠나고 남은 흔적들, 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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