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게 꾸미고 살자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게 시골의 삶인데
남편은 겨울이 되면서 도랑에 돌을 쌓기 시작했어요.
작은 도랑이라 물이 넘쳐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이따금씩 큰 물이 나갈 때 아무래도 땅의 유실이 있겠지요.
그리고 경사면으로 밋밋하던 곳에 돌을 쌓아서 그곳에 비닐하우스를 짓기로 했답니다.
비닐하우스는 남쪽에 떡 가로막혀 있어서 시선을 제한하고
멀어서 뭐 하나 따러 가려면 뱀이 나올 듯한 풀밭을 지나가야 하므로
손이 자주 가야 채소도 반짝반짝 빛나는 법.
그래서 집 가까이 하우스를 지어 놓고 자주 들여다 보기로 했답니다.
여름에 포크레인을 하나 거금 들여서 샀어요.
주변에 돌을 모아 놓고 트럭으로 날라서 쌓는데 혼자 하려니 영 진도가 더딥니다.
동네 형님들 두 분이 도와 주셨는데 어찌나 정신없이 빨리 해대는 통에 남편 일주일 걸릴 것을 하루만에 후딱 해치웠습니다.
품앗이. 아직도 촌에는 품앗이가 남아 있지요.
혼자서 쌓을 때는 포크레인으로 운전하다가 내려와서 사슬로 돌을 묶고
포크레인으로 올라가 운전하여 이동시키고 다시 풀러 내려와야 하고 다시 올라가 위치를 가늠하고...
돌 하나 자리 잡아 놓는데 최소한 10번 이상을 포크레인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한 사람 운전, 한 사람 쇠사슬로 걸어주기, 한 사람은 옮겨 준 돌 제자리에 놓기.
이렇게 하니 일이 수월할 수 밖에요.
집에 일 잔뜩인데 남 일 도와주러 간다고 잔소리 해댔더니
촌 일이라는 게 도시 일당처럼 딱 부러지는 게 아니라서 그냥 좀 손해 볼일도 있고
또 이익보는 일도 있고 그렇답니다.
어제 남편은 포크레인으로 할 일을 끝내고 뒷정리 돌을 손으로 쌓다가 손가락이 찧어 보랏빛 메니큐어를 바른 듯 하네요.
남자들은 왜 말을 안할까요?
유난히 설거지를 하라는 걸 나는 나대로 녹초가 되어 돌아와서 내일 하겠다고 했더니
벅벅 설거지를 하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손가락을 찧은 걸. 왜 그렇다고 말을 안 하냐구요.ㅎㅎ
남편 보랏빛 손가락을 보면서도
비닐하우스가 생기면 포트에 각종 씨앗 넣고 라벤다, 국화, 장미, 수국 등 잔뜩 삽목해서 키운 뒤
본밭으로 옮겨 심어야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답니다.
내년 3월까지는 비닐하우스 꼭 해줘야 돼. 알았지? 이러면서 확인 도장까지 찍으면서요. ㅋㅋㅋ
'자료 > 둥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을 팔다 (0) | 2018.02.25 |
---|---|
올림픽 홈스테이 2 (0) | 2018.02.25 |
올림픽 홈스테이 (0) | 2018.02.19 |
170406 등기 이전을 하다 (0) | 2017.04.08 |
집 주변의 마을과 멀리 눈 (0) | 2017.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