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볶고

고로쇠 수액, 가래나무 수액 채취

햇살가득한 2019. 2. 9. 11:40

해마다 그렇듯 남편은 설 전후로 산에 가서 고로쇠나무 구멍을 뚫는다.

고로쇠, 가래나무, 자작나무, 다래나무 등을 뚫긴 하지만 주로 고로쇠와 가래나무이다.

구멍을 뚫을 때도 한 아름드리 한 나무에 대 여섯 개 정도만 뚫어서

나무에게 최소한의 스트레스를 준다. 

고로쇠를 다 채취하고 구멍에 박았던 호스를 빼면 구멍은 자연히 메워진다. 

올해는 설 전에 임도길이 닿는 곳까지 차를 세워 놓고

한 시간여를 걸어 들어가 가래나무와 고로쇠 구멍을 뚫었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해발 400에서 600정도의 높이다.

오대산 자락이 동쪽으로 뻗어 내려온 우리 마을의 산은 최고 높이 650으로 작년 가을에는 송이, 능이버섯을 내어 주었고 

늦겨울에는 고로쇠와 가래나무 수액을 내어준다. 

그리고 고사리와 약초들도.


물론 아무나 채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지역 사람들 중에도 허가 받은 이들만 하고 있다.

우리는 산에 가서 그 무거운 걸 들고 한참을 걸어 오는 고생은 덜 하고자

동네 형님 세 분과 집에서 먹을 것만 빼기로 하고 조금 뚫었다.  

그런데 자연이 주는 것이니 날씨에 따라 어느 날은 한참 걸어간 걸음이 헛걸음일 때도 있고 

며칠전 처럼 여러 통을 받아 올 때도 있다.

고로쇠수액은 보관기간이 짧지만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면 한 달 이상도 괜찮다.

이 동네분들은 고로쇠수액으로 장을 담그는데

나는 며칠 물로 마시다가 물김치를 담는다.

고로쇠 수액에 무, 배추, 파, 마늘, 생강, 찹쌀풀 그리고 색을 내기 위해 비트 몇 조각을 넣는다.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분홍색 물김치는 눈으로도 맛있다.

수액에 일가견이 있는 남편은 층층나무 수액은 쓴맛이 난다고 하는데

고로쇠와 가래나무는 향은 없고 단맛이 있어 먹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가래나무수액은 고로쇠 수액보다 더 달다.  

가래나무는 호두나무의 야생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옻나무과라 수액의 보관도 길다. 작년에 뺀 수액을 올해 먹어보니 맛도 그대로였다. 옻나무가 방부의 효과가 있는데 비슷한 종이라 그런가보다.

폐에 좋다고 한 말을 받아 왔는데 늘 좋은 거 있으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잖아도 낡은 남편의 트럭이  돌담 쌓느라 만신창이가 되었다.

우리가 미처 다 먹을 수 없는 가래나무수액과 고로쇠 수액을 귀한 줄 아는 사람에게 일부 팔아 트럭 사는데 보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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