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를 차에 싣고 발길 아니 핸들 꺾이는대로 가다보니 강원도 횡성이 나왔습니다. 비닐 하우스에서 자란 잎 넓은 냉이가 아닌 하얀 뿌리가 제법
튼실한 녀석들을 캐서 비빔밥을 해 먹으리라 마음먹었지만 실은 그냥 냉이를 못 캐면 또 어떠랴 싶게 날씨가 좋더군요. 차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잘 정돈된 정원이 보이더군요. 이십여년 가꾼 정원이라는군요. 묘목도 작은 것을 사다가 정성으로 키운 거랍니다. 돈을 쳐
발라서 모양새는 좋은데 웬지 뭔가가 허전한 듯한 그런 정원이 아닌 세월과 집 주인의 정성이 작은 돌 틈새에서도 느껴졌습니다. 또 집주인이
취미삼아 시작하여 이젠 업이 된 나무 깎는 일은 집안을 둘러보는 내내 감탄이 연발 쏟아졌지요. 집 겉모양은 허술했는데 집안은 설마 이런 것이
있으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였지요. 손수 깎은 나무 소품 하며, 원형을 그대로 두고 보수한 것 하며... 겉치레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에 겉 모양은 그대로 두었다는 말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집 뒷쪽으로는 산골짝에서 흘러 내려오는 작은 내가 있었는데 돌로 대충 막아 여름에
너댓살 되는 아이들 홀딱 벗겨서 멱감게 하고 그걸 지켜 보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