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봄 나들이

햇살가득한 2005. 9. 13. 23:07
호미를 차에 싣고 발길 아니 핸들 꺾이는대로 가다보니 강원도 횡성이 나왔습니다. 비닐 하우스에서 자란 잎 넓은 냉이가 아닌 하얀 뿌리가 제법 튼실한 녀석들을 캐서 비빔밥을 해 먹으리라 마음먹었지만 실은 그냥 냉이를 못 캐면 또 어떠랴 싶게 날씨가 좋더군요. 차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잘 정돈된 정원이 보이더군요. 이십여년 가꾼 정원이라는군요. 묘목도 작은 것을 사다가 정성으로 키운 거랍니다. 돈을 쳐 발라서 모양새는 좋은데 웬지 뭔가가 허전한 듯한 그런 정원이 아닌 세월과 집 주인의 정성이 작은 돌 틈새에서도 느껴졌습니다. 또 집주인이 취미삼아 시작하여 이젠 업이 된 나무 깎는 일은 집안을 둘러보는 내내 감탄이 연발 쏟아졌지요. 집 겉모양은 허술했는데 집안은 설마 이런 것이 있으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였지요. 손수 깎은 나무 소품 하며, 원형을 그대로 두고 보수한 것 하며... 겉치레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에 겉 모양은 그대로 두었다는 말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집 뒷쪽으로는 산골짝에서 흘러 내려오는 작은 내가 있었는데 돌로 대충 막아 여름에 너댓살 되는 아이들 홀딱 벗겨서 멱감게 하고 그걸 지켜 보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벽난로는 내가 구상하던 것과 같은 것이어서 너무 신났습니다. 연기가 실내로 역류하지도 않으면서 거실의 온도를 높이도록 가운데 부분에는 철을 대어서 열을 발산하게 만들었구요. 앞에는 작은 가마솥을, 불길이 많이 닿는 뒷 쪽에는 큰 가마솥을 걸어서 물을 데워 쓸 수도 있도록 만들었지요. 황토흙은 콘크리트 하나 쓰지 않았으면서도 전혀 갈라짐도 없고... 나중에 집을 지을 때 주인장 초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정원에서 이것 저것 찍느라 바쁜데 아까부터 카메라 안으로 들어 오는 어린 아이가 있었어요. 다가가 물어보니 유치원 가려고 차 기다린다고 하더군요. 일요일인데도 유치원을 가야할 뭔 사정이 있는가 보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유치원 가방을 메고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인 채였지요. 다섯살에다 이름을 이추연인지 임추연인지 나뭇잎 말리는 소리에 고개를 외로 꼬며 부끄러워 웃는 모습이 이뻐 같이 사진을 찍는데 저 멀리서 아이 엄마가 빨리 들어 오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내 어릴 때도 그랬다지요. 다섯살 때 학교에 다니고 싶어서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언니들이 공부하러 들어가면 그네 타고 놀다가 쉬는 시간이면 같이 놀고... 그래서 기어코 일곱살에 입학을 하였지만.

냉이를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 들기름을 치고 어린 쑥은 그냥 얹으면 될테고 냉장고에 있던 상추랑 쑥갓을 넣고 고들빼기 김치를 놓았답니다. 비벼 먹을려구요.

이렇게 비비면 되겠죠?

'일상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을 재울 때에는  (0) 2005.09.13
김을 재울때는  (0) 2005.09.13
비 오는 날  (0) 2005.09.13
제자리에서  (0) 2005.09.13
가족2  (0) 200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