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장호원으로 이사를 들어가면서
'내 다음번에는 꼭 내 집으로 이사를 가리라.'
짐을 정리하다가 널려진 이삿짐을 밀쳐놓고
굽어진 허리를 이따금씩 눕혀가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2년 반이란 세월이 길어서일까?
굳은 다짐은 흐지부지 되고 난 또 이삿짐을 싸게 되었다.
잡다한 생각을 끌어 안고 사는 나는
결국엔 현명한 결론을 내리지도 못하면서
전출 신청을 해 놓고 다음날부터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전출이 되지 않기를 바랬지만
내 이름이 올라 있었다.
짐은 장호원 그대로,
사람은 성남에서
직장은 안양에서.
낯선 곳, 낯선 사람들, 낯선 일...
어제 이사를 하였다.
이사하기 이전부터 내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기에
이사를 하면서 떠날 생각을 하였다.
거기다기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의 무성의한 태도에 결국엔 큰 소리까지 내게 되었고
화장실의 물이 새고 있었다.
보일러를 켜 보니 그것도 새고 있었다.
늘 벗겨 내지만
다 벗겨지지도 않고
자꾸만 생겨나는
그렇지만 꼭 필요한 내 몸의 때처럼
내 짐들은 내 지문이 묻혀진 채
그렇게들 많이 불어나 있었다.
새는 보일러를 보니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내 눈물도 함께 샌다.
이사를 가야겠다.
뜰과 방안에 햇살을 가득 들여 놓고 그 햇살과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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